피해청소년 50% 증가… ‘마이스페이스’ 등에 조롱·사진·동영상 올려
“세상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아” 고통 호소
싸움·자살 등 잇따르자 주정부들 규제 부심
키 알라토리는 언제 어떻게 급우가 셀폰 카메라를 들어 자기 얼굴을 찍었는지 모른다. 올해 16살인 리키가 아는 것은 흐릿하지만 식별 가능한 자기 얼굴이 마이스페이스에 올려졌다는 것뿐이다. 리키가 만든 페이지라는 주장은 물론 사실이 아니다. ‘릭셔너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가짜 페이지는 리키의 학교를 밝히고 있을 뿐 아니라 리키가 사전(딕셔너리)을 좋아 한다는 조롱까지 곁들이고 있다. 또 리키가 게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형적인 교내 조롱들인데 물론 리키는 게이가 아니다.
키가 크고 책을 좋아하는 리키는 유치원 시절부터 왕따를 당해 왔다. 분노의 감정에 휩싸인 모욕감은 항상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인터넷 상의 욕설과 사진들은 다른 이들이 보게 될 때 다른 차원의 괴롭힘이 돼 버린다. 리키는 “나는 완전히 유린당했다”고 말한다.
점차 많은 아이들이 셀폰과 디지털카메라,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을 가지게 됨에 따라 사이버왕따(cyberbullyng)가 날뛰고 있다. 위협과 조롱, 그리고 모욕은 채팅룸과 인스턴트 메시지 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10대들, 그리고 간혹 어른들까지 사진과 비디오를 왕따 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것들을 마이 스페이스, 페이스북, 유튜브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띄운다.
이런 왕따는 싸움에서부터 ‘사이버살인’이라고 불리는 자살까지 실제적인 결과들을 초래하고 있다. 주정부들은 전자수단을 사용해 다른 이를 괴롭히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강력한 입법을 시작하고 있다.
10세에서 17세 사이 미국 아이들 가운데 사이버 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지난 2000년 6%에서 2005년 9%로 무려 5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갗은 기간 중 인터넷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욕설을 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4%에서 28%로 두 배나 늘었다.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피해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신고를 하면 더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워하거나 셀폰 혹은 인터넷을 통해 신고를 할 경우 사용권이 박탈될까 걱정한다. “이것은 이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공중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의 과학자 데이빗 퍼든은 지적한다.
이런 문제는 최근 고교 소녀들이 교내 싸움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가 기소된 사건으로 한층 더 표면화됐다. 플로리다 레이크랜드의 여고생 5명은 지난 3월30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자신들에게 욕설을 한 16세 소녀 한명을 집단 폭행한 후 이 장면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소녀들의 싸움’은 너무나 널려 있어 유튜브에 들어가 이것을 입력하면 수천개의동영상이 뜬다. 사이버 왕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쓴 낸시 윌러드는 “이런 경우 두번 괴롭힘을 당하는 셈이다. 실제 세계에서 폭행을 당하고 온라인에서 다시한번 모욕을 당한다. 이것은 정말 깊은 상처를 안겨준다”고 지적한다.
언론에 보도된 다른 케이스를 보자. 2006년 13살 된 미건 마이어는 사이버 상에서 10대로 가장한 50대 남자로부터 치욕적인 메시지를 받은 후 자살했다. 검찰은 로리 드루라는 59세의 이 남자를 기소했는데 그는 지난달 LA에서 열린 인정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전국을 돌며 교장들에게 교내 폭력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는 빌 본드는 “사이버를 이용한 괴롭힘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사이버 왕따는 자기가 온 세상에 노출되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주기 때문에 얼굴을 맞댄 채 저질러지는 왕따보다 더욱 파괴적”이라고 말한다.
리키는 바로 이런 느낌을 맛보았다. “일단 인터넷에 올려 지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비열한 글이 학교공책에 쓰여 지면 소수에게만 노출되지만 인터넷에 오르면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셈이다.”
리키는 마이스페이스에서 자신과 관련된 페이지를 발견한 금년 봄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픽업을 부탁했다. 이 문제를 논의할 친구가 없었던 것이다. 리키는 자살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한다.
리키의 엄마 페기 알라토리는 아들에게 고등학교 2년만 참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이 깊은 상처를 받았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지난 수개월간 페기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할수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학교 관계자들과도 얘기했고 경찰과 FBI에도 연락했다. 심지어 부시대통령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몇 개월 질질 끌던 마이스페이스는 결국 리키 관련 프로파일을 삭제했다.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더라”고 페기는 밝혔다. 리키의 학교는 왕따 금지 방안을 마련해 올 가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어스틴의 캐년 비스타 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바바라 패리스는 다른 학교 재직 시 한 여학생이 인종적, 성적 조롱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본 후 이를 근절하기 위한 행동가가 됐다. 정치인들도 이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패리스가 만든 단체인 ‘불리 폴리스’에 따르면 현재 36개 주정부가 왕따 금지법을 만들었다. 특히 몇 개주는 사이버 왕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30일 미주리 주지사는 미건 마이어 자살 사건이 계기가 된 인터넷 괴롭힘 금지법에 서명했다.
역시 지난 달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난 2005년 인터넷에서 3년 동안이나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15세 소년 제프리 존슨의 이름을 딴 강력한 사이버 왕따 금지법에 서명했다.
자신의 왕따 경험을 살려 책고 쓰고 강연도 하는 조디 블랑코는 “괴롭힘 자체가 더 악랄해진 것은 아니다. 잔인함의 충동은 그대로이다. 다만 그 방법이 더욱 정교해졌을 뿐”이라고 진단한다.
사이버 왕따 대처법
“다른 학부모들에 도움 요청하라”
관련 사이트 이용도 바람직
당신 자녀들이 사이버 왕따를 당할까 걱정하는 부모라면 기본적인 수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과 대화하라는 것이다. 개인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 같은 인터넷 안전수칙을 잘 지키도록 단도리를 해야 한다.
왕따 등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위축, 무기력, 우울증, 행동의 급격한 변화, 잦은 질환 같은 징후를 보인다. 학교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교장에게 알려라. 학교 당국자들은 케이스를 하나 하나 사안별로 다뤄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지적한다. 징벌은 보통 적절한 조치이긴 하지만 조심스레 시행되지 않을 경우 더 심한 괴롭힘을 초래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한 전문가는 일단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며 그래도 문제가 계속되면 전문가들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는 bullycide.org,bullypolice.org/ StopOrRemoveCyberInfo.pdf,saferschools. com,cdc.gov/ncipc/dvp/electronic_aggression. htm, cyberbully.org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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