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후배 축구동료를 만나 “Mr. 김,” 하고 악수를 청했는데 마지못해 응 해주는 표정이 예전 같지 않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 빠른 친구 하나가 끼어들어 “Mr. 김 이 아니고 김 목사님이신데…” 하고 정리해주는 바람에 풀리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도 막노동을 하던 젊은 친구 Mr.김이 갑자기 Rev. 김이라니? 무슨 요술봉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서울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 씨 성 가진 사람이 맞고, 종로 명동에서 “사장님” 부르면 수십 명이 돌아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목사님”으로 그 대상이 바뀐 지 오래다.
“한국인 총 신학생수가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신학생들을 다 합한 것보다 많고, 수도권 지역에서 목사청빙 광고를 내면 수백 통의 이력서가 몰린다”며 이를 개탄한 정숙희 한국일보 미주본사 부국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목사는 사방에 넘쳐나는데 존경할 사람 없고, 교회는 늘어나는데 다닐 교회가 없다는 게 한국교회의 현 주소다.
목사초빙자격 항목 제1조인 ‘정규신학 졸업’ 이란 바로 4~6년제 풀타임 주간교육을 제대로 이수한 신학사 이상의 자격을 말한다. 주경야독으로 야간신학을 한 필자도 이 규정에 묶여 다시 정규주간 신학으로 편입학, 2년을 더 공부하고 나서야 졸업이 가능했고, 전도사로 지방목회(실기시험에 해당) 3년 동안 논문(필기시험에 해당)까지 제출한 후에야 드디어 총회 마지막 날 면접을 거쳐 간신히 턱걸이 안수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게 필자의 5060시대였다.
하지만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한거냐 며 불학무식했어도 신학공부 없이 예수의 수제자가 된 예를 단골메뉴처럼 써먹는 목사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그거야말로 쉬운 방법 놔두고 사서 고생 왜 하느냐는 식 새치기 궤변일 뿐이다.
워싱턴 지역의 교회수가 4백에, 목사만 7~8 명이 넘는 큰 교회가 있는가 하면 3~4 명은 보통,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2명 이상은 다 있다. 여기에 휴직, 은퇴 원로목사 만도 어림잡아 200 명이니 다 합치면 대략 1,500명 내외의 목사님들이 북적댄다. 게다가 파송 받아 선교사로 이리 납시고, 이민으로 들어오고, 또 해마다 안수 받고 태어나는 새내기 목사들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높아진다. 금융, 부동산, 보험업 종사자가 아무리 많기로 목사의 수에 어림없다. 이게 문제다.
흔하면 가짜가 생기고 불량품도 나오는 법. 아니, 그런 비극은 벌써 일어난 지 오래다. 교단마다 위상 높이기와 교세 확장 수단으로 앞 다퉈 신학교를 세우지만 고작 서류접수 입학에 낙방자가 없는 졸업식이니, 천재들만 모인 게 아니라면 구조적 결함이 분명한데도 한번 들어오면 평생 목사직이 보장되는 일부 수상한 신학교들 때문에 ‘저질 목사 제조공장’이라는 호된 비난을 사는 것 아닌가?
성직자의 과다 증가로 국가가 큰 혼란에 빠졌던 사건은 세계 역사에 남아있는 생생한 기록들이다. 이를테면 목사 되기 쉽다고 목사가 많아지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되레 위기라는 경고의 의미다.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집안 이야기 필자도 편치 않은데 이해 당사자들은 어떨까? 하지만 목사의 홍수시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성도들 몫이 될 거고 선량한 목사님들까지 같은 저질 부류로 매도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든 교단이든 책임 있는 분들께서 좋은 해법 내놓을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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