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니냐. 간절히 바란다면 꿈은 이뤄진다
21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골프장에서 끝난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우승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돌아갔지만 최고 스타는 53세의 노장 그렉 노먼(호주)이었다.
아들 뻘인 젊은 선수들과 겨루면서도 내내 선두권을 달린 끝에 공동3위를 차지한 노먼은 비록 (최고령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꿈을 이루려면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AP Photo/Matt Dunham)
노먼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만 출전하는 메이저대회에서 이런 선전을 펼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331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고 브리티시오픈을 두차례나 제패했던 노먼이지만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해본 지는 10년이 넘었고 연습조차 않는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골프장 설계, 골프 의류, 그리고 와인 생산과 유통까지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노먼은 이번 대회를 20일 앞두고 결혼한 옛 테니스 스타 선수 크리스 에버트와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었다.
심지어는 ‘테니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면서 ‘골프보다는 테니스가 더 좋다’고 말해 ‘골프로 성공한 사람 맞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역대 우승자는 만65세가 되기 전까지 출전권을 준다’는 대회 규정 덕에 출전한 노먼은 새 아내를 데려와 유람성 출전이라는 눈총까지 받았다.
그런 노먼이 첫날 선두에 오르자 전문가들조차 ‘메이저대회에 늘 있는 첫날 이변’이라고 여겼다. 다음 날 벌어진 2라운드에서 단독 2위를 달리자 시각이 달라졌다.
3라운드에서 또 선두 자리를 꿰차자 141년 묵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쏟아졌다.
운명의 4라운드.
챔피언조에서 해링턴과 함께 경기에 나선 노먼은 1번홀부터 3번홀까지 내리 3타를 잃어버려 2타차 선두에서 쫓는 입장이 됐다.
6번홀(파4)에서 또 한번 보기를 적어내면서 우승 경쟁에서 뒤처지던 노먼은 그러나 해링턴이 세홀 연속 보기로 주춤대자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마치 매치플레이처럼 치러지던 최종 라운드 승부는 12, 13번홀에서 노먼이 타수를 잃으면서 해링턴으로 기울었다.
노먼은 해링턴은 정말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다.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선수라며 후배에 대한 찬사를 잊지 않았지만 나도 우승할 기회가 있었다. 다만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성기 시절에도 메이저대회에서만 최종일 역전패를 6차례나 당했던 노먼은 여섯번째 역전패를 당한 이날은 오히려 더 당당했다.
사흘 동안 노먼의 눈부신 플레이를 목격한 후배 선수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우리 보다 그는 더 훌륭한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노먼은 골프를 본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먼은 이제 내 인생은 균형을 찾았다. 이제 골프를 치고 싶을 때 치고 대회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겠다며 내년 대회를 기약하지 않았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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