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박사
동서문화센터 연구원
누가 분단의 원흉인가?
해방과 동시에 한반도는 분단되었다.
이로 인해 한국전쟁과 계속되는 남북대결이라는 엄청난 비극이 일어났다.
미국이 분단의 원흉이라느니 이승만대통령이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남한에 단독정부를 세웠기 때문에 분단되었다느니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연 분단의 책임이 미국 또는 이승만대통령에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이에 대한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 당시 사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소련은 2차대전 중 일본과 중립조약을 맺고 일본의 침략전쟁을 묵인했다.
태평양지역에서 30만여명의 희생자를 내며 일본과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던 미국은 일본 본토 공격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날 것을 우려하여 소련에 대해 참전할 것을 끈질기게 요청했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자 당황한 일본은 소련을 통해 소련의 중재로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던 소련은 8월 9일 갑자기 대일 선전포고를 하고 만주와 한반도로 진격했다.
저 멀리 오키나와에서 일본군의 결사저항으로 큰 타격을 입은 후 일본 본토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미군은 소련군을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에 군대를 보낼 형편도 못되었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소련군이 한반도를 완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므로 미국은 불가피하게 삼팔선을 경계로 미소가 분담하여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제의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조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련은 처음부터 한반도 분단을 노골화했다. 소련군은 이미 8월 말부터 남북 간 철도와 도로 교통을 차단했고 9월 2일에는 남한과 연결되는 전화와 우편마저 단절했다.
9월 6일 미군이 상륙했을 당시 한반도는 소련군에 의해 실질적으로 분단된 상태였다.
소련의 전신인 러시아는 청일전쟁(1894-95) 당시부터 한반도에 눈독을 드렸다.
1894년 8월 9일 노보스티(Novosti) 신문의 사설은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를 고려할 때 중국, 일본 또는 영국이 이를 장악할 경우 러시아의 우수리 남쪽 지역, 시베리아 횡단철도, (러시아의) 태평양함대, 그리고 한반도와의 교역에 해로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 후 러시아는 한반도를 장악하기 위해1904-05년 일본과 전쟁을 벌였으나 패하고 말았다.
세계적 강대국이었던 러시아가 동양의 이름없는 섬 나라에 패배한 것은 큰 수치였기 때문에 그들은 설욕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일본의 항복 직후인 9월 2일 스탈린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러일전쟁에서 우리의 패배는 우리 러시아인들의 얼굴에 패배라는 치욕의 “검은 상처”을 남겼다. 우리는 일본이 패망하여 그 상처가 치유될 날을 고대해왔다. 40년 동안 우리는 이 날을 기다렸다.”
스탈린은 그해 9월 20일 소련군 사령관에게 점령지역에 공산정권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소련군은 북한에서 김일성을 앞세워 1946년 초부터 공산정권 수립에 착수하여 1947년 말에 이르러 독자적인 정부, 의회, 화폐, 경찰과 군대 등, 국가로서 기본요소를 다 갖추어 정부수립이 완성단계에 와 있었다.
한국정부 수립이 시작도 되지 않은 1948년 초에는 북한 헌법안이 마련되었고 4월에는 스탈린의 승인까지 받았다.
소련이 북한을 공산화하기로 결정한 이상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미소 간의 협상이나 김구의 노력은 허사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하는 수 없이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관했고 유엔은 자유선거로 한반도 통일정부를 수립하기로 했지만 소련군과 북한 공산세력은 북한지역의 선거를 거부하여 결국 한반도는 완전히 분단되고 말았다.
누가 진정 분단의 원흉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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