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을 풍미했던 ‘뿌리’의 주인공 킨타 쿤테의 나라, 사하라 사막 끝자락 아프리카 대륙 최서단에 위치한 세네갈로 단기 선교를 갔다. 뉴욕을 경유, 9시간을 날아 수도 다카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1960년에 독립한 나라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새벽인데도 뜨거운 열기가 대단하다.
우리 일행은 다음날 아침 지프차로 솥뚜껑 같은 지붕을 이은 토담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지 ‘음부르’ 마을로 들어갔다. 전기도 없고 문명의 혜택이 전혀 없는 곳이다.
우리 일행을 보고 많은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뛰어 왔다. 400여 명이 순식간에 모였다. 물이 없어 씻지 못해 땟국에 범벅이 된 채 머리에는 부스럼이 나 진물이 흐르는 아이, 팬티를 입지 않아 달랑 내놓고 누나 곁에 앉아 졸고 있는 아이, 캔디를 하나 더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아이가 아이를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서있다. ‘천지창조’ ‘아기 예수님의 탄생’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 삭게오’ 등의 융판에다 예쁜 그림을 붙여가며 한국어, 세레어, 월로프어 3개 언어 통역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검은 피부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손뼉 치며 찬양하는 모습이 얼마나 측은하던지 눈물이 흐른다.
우리나라의 1950~55년 전후를 상상하면 꼭 맞을 것 같은 환경이다. 돼지, 닭, 염소, 양들이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산다.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전통의상(부부)을 입은 어른들, 삐쩍 마른 소떼를 몰고 다니는 목동들, 큰 우물에 두레박을 내리고 펴낸 물을 항아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여인들, 모래밭에 파릇한 어린 싹이 애타게 비를 기다리다 무더움에 시들어가는 모습이 애잔하다.
전통음식 ‘야샤 뿔레’(Yassa Poulet)를 함께 먹으며 현지인들과 쌀라 말레쿰?(안녕하세요?) 말레쿰 살람?(네! 안녕하세요?) 서로 주고받는 인사 속에 정이 듬뿍 들었다. 모여온 아픈 사람 중에는 한쪽 다리가 섞어가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약을 바르고 치료하는 선교사님과 사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선교는 돌아봄이요 나눔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하며 너무 많이 누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회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생고르’ 마을을 떠나오는 날 끝까지 흔들어주던 그들의 여린 손들이 눈에 선하다.
다카르 현지 집사님 댁에서 그리고 그리던 찬물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망고를 먹었다. 비행기 시간까지 몇 시간 남은 동안 다카르 앞바다의 고레 섬을 둘러봤다. 노예사냥에 포획된 흑인들이 미주로 팔려가기 전에 수용되었던 섬이다. 유네스코에서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마치 우마처럼 한곳에 모아두고 몸무게를 달아서 경매를 붙이고 값을 매겨 팔아치우던 노예시장. 그 곳에는 아직도 그들을 감금했던 방과 체력검사를 하던 장소가 생생히 남아있다. 바다 쪽으로 자그마한 문이 하나 나있다. 그 문을 통해 팔과 다리에 철갑을 두른 노예들은 배에 실리고 마침내는 멀고도 험한 대서양을 건너 신세계로 팔려갔다.
두 시간 정도의 섬 방문을 마치고 오백년도 더 살았다는 느티나무를 꼭 닮은 바호바 나무 아래서 잠시 쉬면서 생각해보았다. 슬픈 노예들의 비참했던 그때의 그 상황들을. 바호바 나무는 낱낱이 기억하리라 인간의 잔인함을.
유설자
워싱턴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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