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의 퍼스트클래식 한식.
대한항공 승무원이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기내식의 모든 것
인천공항으로 취항하는 60여개 항공사가 기내식을 직접 생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들 항공사의 기내식을 만드는 곳은 국내에선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바로 대한항공의 기내식 부문과 루프트한자 자회사인 LSG 두 곳이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기내식 본부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2004년 자산매각 작업으로 기내식 부문을 정리하고 LSG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고 있다. 요즘 같은 성수기, 하루 동안 인천공항을 떠나는 기내식 개수는 약 7만5,000식이며 이중 대한항공에서 5만식, LSG에서 2만5,000식 가량을 생산, 각 항공사에 공급한다.
창의성·맛 뛰어나 ‘머큐리’상 수상
인천 취항 대부분 항공사 김치 서비스
▲첫째는 위생 둘째는 창의성
대한항공의 비빔밥, 아시아나 항공의 쌈밥 등은 한국인에겐 여행의 피로감을 가시게 해주는 대표적인 기내식이다. 이들 메뉴 모두 국내외 탑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내식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요리대회 수상 기준이 맛과 창의성인데 반해 기내식은 위생이 관건이다. 조리 직후에 배식이 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기내식은 비행기 출발 4~6시간 전에 조리를 마치며 따뜻한 음식의 경우 72시간 이내, 차가운 음식의 경우 48시간 이내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최고 72시간에 달하는 보관시간에 얼마나 위생적인 환경에서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식품위생 관리상 일반음식 개발과정보다 한 가지 더 손이 가는 것이 용기 제작이다. 김치를 반찬으로 내놓을 때도 아무 용기에 담아 배식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가 적고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용기를 개발해 내놓아야 한다.
한편 창의적인 기내식 메뉴 개발에 있어서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노력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한항공의 비빔밥과 비빔국수, 아시아나 항공의 한식 코스요리와 쌈밥 등은 모두 기내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내에서 야채의 신선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장거리 비행에서 면이 붇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등 기내식이라는 제약 조건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기술이 개발되고 나면 고스란히 일반 식료품 개발에도 응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해외여행에 앞서 구입한 경험이 있을 법한 고추장 튜브 역시 비빔밥에 넣을 고추장을 어떻게 나눠줄 것이냐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햇반 역시 기내식에서 응용된 제품이다. 실온에서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밥을 만드는 기술이 일반 식료품에 이용된 것이다.
▲치열한 기내식 경쟁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비행기를 타도 기내식이 천편일률적이다. 매번 같은 메뉴만 선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항공사들은 분기별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자국 문화를 담은 독특한 기내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일본항공(JAL)에서 선보이고 있는 정통 일본식 기내식 서비스도 좋은 예다. 일본에 가면 빼놓지 말고 먹어봐야 할 음식이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 ‘에키벤’이다. 최근 일본항공은 에키벤에 착안, 비행기에서 맛볼 수 있는 ‘하늘 도시락’ 소라벤을 내놓았다. 현재 김포-하네다 노선에는 고기나 생선, 채소류를 재료로 만든 덮밥 ‘타타키고미밥’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처럼 자국 문화를 담은 기내식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얻는 항공사가 있는가 하면 인천 취항 비행기에서 한국인이 즐겨 찾는 김치나 고추장 등을 앞 다퉈 제공하는 항공사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덕분에 요즘은 웬만한 인천 취항 비행기에서 김치를 맛 볼 수 있다. 대한항공 빼고 거의 모든 항공사들이 기내 김치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 항공 기내식 담당자는 “한국인 탑승객들이 김치를 많이 찾고 외국 탑승객들 역시 김치에 관심을 보여 인천 취항 노선에는 김치를 반드시 구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외항사들이 편의점 꼬마김치 형태로 서비스를 하며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냄새를 우려해 전용 용기를 개발, 냄새가 덜 나는 상태로 서비스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로선 김치 서비스를 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서비스할 계획이 없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기내식 서비스 담당자는 “인천 취항 노선만 김치 서비스를 하는 외항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 특성상 거의 모든 노선에서 김치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냄새가 기체에 밸 수 있다”며 “배추김치 대신 오이지, 장아찌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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