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국 현대 역사 교육장
올해 8월 광복의 달을 맞아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웬지 씁쓸하다.
광복절과 건국 60주년 행사가 맥을 함께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모습의 축하 행사로 열리고 있어 마치 광복이후 한국사회의 이념적 혼란이 재연되고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되니 말이다.
하와이에서도 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이어 16일 건국 60주년 행사가 열리긴 하지만 두 행사 모두 동포사회 화합속에 뜻 깊게 준비되고 치루어 져 하와이 한인동포 언론의 기자로서 내심 안도감과 더불어 자긍심도 갖게 된다.
예년과 다른 올해 광복의 달을 맞아 그래서 본보는 ‘역사 재조명’에 맞추어 펄하버에 정박해 하와이 방문객들을 맞고 있는 역사유적지 미주리 함을 찾아 보았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인 모두에게 역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곳은 그러나 각 국민들의 역사적 의의와 관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본에게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떠올리는 곳이지만 미국과 한국인에게는 승전과 잃어버린 조국을 찾은 기쁨을 누리게 한 역사적인 명소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인들에게는 잊혀지지 않은 역사적 유적지 이지만 유독 한인들에겐 잊혀진 장소로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리고 있었다.
기자 역시 미주리 함을 책을 통해서만 접하다 이번 특집 건으로 처음 방문할 기회를 가졌고이곳에서 10여년 이상 안내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인 찰리 김옹과의 인터뷰(본보 7일자 참조)는 기자에게 값진 만남이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한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김 옹의 미주리 함에 대한 애착과 자신이 평생 관심을 갖고 특별한 곳으로 생각했던 그곳에서 은퇴이후 새로운 생활을 찾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광복 63주년과 건국 60년의 진정한 의미를 엿 보게 했다.
USS 미주리 기념관에는 매년 7,000여명의 일본인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곳을 찾기 위해 2년전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인데 자국이 겪은 패전의 치욕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전의를 다지는 현장을 보며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비해 한인들의 방문은 김 옹이 지난 10여년간 가이드를 한 경험상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미주리함 취재는 기자에게 새삼 하와이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을 깨닫게 하며 내 주변의 역사적인 사적지들을 돌아보게 한다.
아리조나 메모리얼을 방문함으로써 일본의 제국주의가 낳은 비극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고 미주리 기념관에서는 한국의 해방과 직결되는 일본항복의 현장을 볼 수 있다.
더불어 펀치볼 국립묘지와 주정부 청사옆에 마련되어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묘비를 보며 동방의 한 작은 나라를 위해 사지에 뛰어든 이름 모를 미국 병사들을 추도하며 한국전쟁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사탕수수 이민선조들의 독립운동 지원 발자취가 담겨진 곳도 산재하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이승만 대통령의 재발견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곳도 이곳 하와이라는 생각을 하며 광복절을 전후해 하루쯤은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와이 사적지들을 찾아 보는 단란한 한인 가정의 모습을 그려본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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