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은 뜨겁다. 연일 태양은 이글거리고 마음은 뜨겁게 탄다. 어디 마음을 기댈 곳이 있을까. 밤늦은 병원의 복도는 텅텅 비어있고 때때로 지친 간호원들이 서둘러서 집으로 간다. 아침과 저녁은 숨바꼭질하듯 왔다 간다. 아내의 아픔을 돌보는 것이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보다 백배는 더 어려운 일이다. 잔인한 여름이 이렇게도 천천히 가는 것이다.
8월 8일 8시. NBC는 북경 올림픽 소식을 생생하게 방송하고 있었다. 숨겨졌던 중국의 창을 보란 듯이 세계를 향해 활짝 열었다. 가진 것을 몽땅 보여 주기라도 하려는 듯. 2,008명의 북치는 젊은이들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 이들이 중국을 끌어올리는 힘이다.
보여진 화려한 개막식은 어딘지 사치스럽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아직도 수많은 중국인들이 가난 속에서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한 채 겨우겨우 살아가는 그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팀의 입장을 보지 못 한 채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조간신문은 대문자로 유도 최민호 금, 박태환 올림픽 사상 첫 수영 금, 양궁 여자단체 6연패, 기사가 마음을 뛰게 한다. 최민호 선수의 눈물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솟았다. 그가 살아온 어려운 선수 생활이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12일, 남자 양궁단체 3연패를 방송으로 직접 보았다. 침착하고 의젓한 선수들인 것을. 예쁜 펜싱 남현희의 아쉬운 경기를 보면서 나이 많은 상대선수의 경험을 인정하는 의젓한 남 선수가 자랑스러웠다. 여 핸드볼의 독일과의 경기는 인내와 투지의 승리. 사격 진종오 금. 박태환의 펠프스에 이은 은.
역도 사재혁 금. 역도 장미란의 용상 인상 합계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장면은 그 무거운 세상 짐, 나라 짐, 애국 짐을 모두 거뜬히 들어 올리는 그 기상에 머리가 숙여진다. 어린이처럼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 무거운 것을 올리다니.
무엇보다도 8.15 광복절을 맞으며 일본을 가볍게 제친 야구팀의 선전을 보면서, 또 탁구 단체전을 승리로 이끈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남의 나라를 짓밟고 36년간의 고통의 멍에를 지웠음에도 조국의 영토를 때마다 자국의 땅인 것처럼 세상에 떠들어대는 일본의 양심을 지켜보면서 어쩔 수 없이 일본 선수에게 만은 져서는 안 된다는 뚝심이 서는 것을 나무랄 수가 없는 것이다.
금빛 전쟁은 시작되었고 대문짝만한 메달 집계가 신문에 실려서 눈에 띈다. 작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쉴 새 없이 힘이 커가는 것을 세상이 지켜본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미국에 살면서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무도 메달 수를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래도 금, 금, 금 때문에 세계는 있는 힘을 다한다. 나라의 부와 힘이 메달 수에 버금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쁘게도 우리 조국은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금빛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더욱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한국의 기술 향상과 기초 체력 종목의 괄목할 발전이다. 박태환 선수의 탄생이 좋은 본보기이다. 더욱이 협동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구기 전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냄은 국민의 단결심과 협동정신의 함양과 개인보다 전체를 위하는 국민정신의 자각과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금빛 전쟁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것이다.
양민교
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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