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두고 일을 하는 것은 모든 엄마의 고민입니다.
이사 온 후에 무엇을 할지 몰라 좀이 쑤셔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로즐린에 있는 벤즈 딜러(Benz dealer)에서 신형 모델 소개가 있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차를 살 돈이 있건 없건 새 모델이 나왔다니 가 봐야지. 남자들은 늙어도 애라더니! 커다란 쇼룸에는 먼지 하나 없이 반들거리는 차로 꽉차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거나 점원들과 상의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상식이 많은 남편은 그런 모임을 너무나 좋아해 하나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제일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 타고 언젠가 주인이 될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점원들이 샴페인과 오도브르(안주)를 서브하였습니다.
아, 참 고급 집에 가면 이런 게 좋단 말이야. 차 보다도 저는 음식에 더 관심이 쏠렸습니다.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종이장 같이 얇은 여러 장의 밀전병으로 된 과자) 위에 얹힌 약간의 토마토와 짭잘한 올리브가 어울려 입에서 바삭 거렸습니다. 시금치와 염소 치즈가 종이
장 같이 얇은 필로(Philo· 종이 같이 얇은 희랍 사람들이 쓰는 밀전병)에 쌓여 구워 나왔습니다. 부드러운 시금치에 약간 새콤한 맛이 도는 염소 치즈가 잘 어울렸습니다. 양념한 새우도 나오고. 젊잖은 손님 같이 어떤 것은 좀 사양을 해야 될 텐데! 너무나 맛있게 보이니 염치 불구하
고 손이 그만 저절로 가더라구요.
아니 어느 누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어요? 서브하는 여자를 붙들고 물어 보니 로즐린의 다리 밑에 있는 파티 서비스가 준비했다고 하였습니다. 당신 여기서 점심 먹는 거야? 쉬..., 좀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어때? 바로 며칠 후에 저는 그 다리 밑의 파티 서비스를 하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상점 안에는 만들어 놓은 음식을 진열해 놓고 파는 것도 있었습니다. 바로 옆집은 부인이 과자와 케익을 만들어 놓고 파는 집이었습니다. 둘다 뉴욕의 어느 고급 집에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집이 롱아일랜드에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저는 뉴욕의 글로리어스푸드(Glorious Food)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금방 고용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가서 주인이 원하는 음식을 또 한 여자와 둘이서 점심때까지 만들어 놓고 저는 2시쯤 집에 올 수 있도록 시간을 정했습니다. 딸이 집에 올 때쯤 와 있기 위해서였습니다. 며칠 일하고 나니 주인은 자기가 시키지 않은 것이라도 제가 만들어 놓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어 놓아도 좋다고 말하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음식은 모두 아주 고급으로 쇠고기 필렛미뇽을 구워서 놓기도 하고 옥수수 샐러드에 양념한 새우를 얹어 놓기도 하였습니다. 스트링빈스도 쪄서 양념해 놓고 닭 가슴살은 양념하여 그릴에 구워 놓았습니다. 쿠스쿠스는(cous-cous·주로 아랍 사람들이 먹는 곡물의 일종) 익혀서 파슬리와 여러 양념을 하여 놓는 등 다양하게 그리고 매일 몇 가지는 다른 것을 준비하였습니다.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싫증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또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해 놓을 수 있는 자유로움 때문에 일 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남편이 컨설턴트로 유럽의 한 항공회사 일을 많이 보아 주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는 혜택이 있었습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이라 그저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딸의 방학이나 공휴일은 물론이고 드물지만 어쩌다 한 번 씩은 딸을 보아줄 사람을 구해 놓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우리는 북부 유럽은 물론이고 모로코, 남아연방,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 터키 등 수도 없이 많이 다녔습니다. 간혹 돈 있는 사람들도 우리를 쳐다보며 아이, 얼마나 좋으셔요! 라고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지요. 사실 사람마다 돈 쓰는 데가 다르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값진 가구를 사 놓고 즐
기고, 어떤 사람들은 값진 보석이라면 사죽을 못 쓰고. 저요? 저는 나가서 먹는데 돈을 쓰지요 (남편이 제일 아까워하는 것). 보통 땐 남편이 독일인의 저축 정신을 최대한 발휘하여 한 푼을 아껴야 하지요. 생활비나 다른 것은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아끼지만 여행을 할 때는 소중히 보관했던 여행비가 술술 나왔습니다.
저는 그저 두 달이 멀다 하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뿐만 아니라 딸이 방학이면 더 장기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몇 달 일을 한 후에 저는 자주 빠지는 것이 이제는 얘기하는 것조차도 미안한 상태에 이르러 일을 그만 두었습니다. 노드 쇼어는 부자가 많이 사는 곳이니 가볼만한 레스토랑도 많습니다. 로커스 밸리에는 베이질 리프 (Basil Leaf) 카페는 값도 별로 비싸지 않고 아담하여 항상 붐비는 레스토랑 입니다. 밤에 사람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낮에 가 보셔요. 남자들은 모두 일하러 가고 없으니 주로 여자 손님들이 친구들과 모여와 점심을 먹는 곳입니다. 바니스(Barney’s) 레스토랑은 특히 겨울에는 벽난로까지 지펴 놓아 마치 개인집에 가서 저녁을 먹는 기분입니다. 오이스터 베이에도 밀 리버 인(Mill River Inn)이라는 요리 잘하는 집이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면 얼마든지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뭐 하루나 이틀 전에 외출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퇴근 시에 차로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면서 집에 도착하기 한 20-30분 전에 남편이 전화를 합니다. 오늘 나가 먹는 게 어때? 하며 연락이 오는 게 보통이지요. 아무리 저녁 준비를 다 하고 상까지 차려 놓았어도 저의 대답은 항상 오케이였고 급히 준비를 하고 정한 레스토랑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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