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한 여학생의 끔찍한 왕따 사건을 다룬 기사를 읽었다. 미국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왕따 사건은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여길 문제가 아닐 정도로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왕따를 겪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급우들이 내 자리로 우르르 몰려와서 괜히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나를 꼬집었고 또 다른 무리의 아이들은 큰 소리로 욕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고 처음에는 울먹울먹하였지만, 이러다간 당하겠다 싶어 그 중 아이들을 몰고 온 대장급 여자아이를 향해 야물딱지게 대응했다. “네 엄마가 방과 후에 집에 가도 동네 아줌마들이랑 화투나 치느라고 네가 이렇게 됐어. 네 잘못 아니야. 네 엄마 잘못이지” 하였다. 그 아이의 얼굴이 노래지더니 자리에 가서 엉엉 울기 시작하자 모여 있던 아이들이 싱겁게 뿔뿔이 흩어졌다. 그 후에는 괴롭힘을 전혀 당하지 않았고 강남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4학년 때 강남에 전학 오니 그 텃세 또한 만만치 안았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내 도시락을 여럿의 아이들이 짓밟았다는 이야기를 짝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나는 자원해서 웅변을 시작하였다. 학원도 전혀 다닌 적 없었는데 교내 대회를 거쳐 전국 대회까지 출전하여 우승을 하기 시작했다. 5학년 때는 반장을 하고 회장 선거도 출마하였다. 난 왕따 당할 때마다 기운이 솟았고 반드시 실력으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제압하곤 하였다.
중학교를 들어가서도 나를 시기하는 무리가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중 3때 어느 날 방과 후, 나는 화장실에서 1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왕따를 당하였다. ‘잘난 척이 싫어서’라는 뜬금없는 이유를 대며 깡패 분위기로 겁주기 시작하는데 까딱하다가는 몰매라도 때릴 분위기였다. 상황을 재빠르게 감지한 나는 아무 대꾸도 안하다가 그 중 한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른 아이들이 이러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너는 나의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는데 이럴 수 있는 것이냐”하고 쏘아붙였다. 그 아이는 내 눈초리에 겁을 먹더니 슬그머니 자리에서 빠졌다. 곧 이어 나는 그 아이들의 행동대장인 듯한 아이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너희들 우리 부모님이 모두 현직 교육자이신 것 알지. 너희들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퇴학이라도 당하고 싶어? 퇴학당해도 신경 안 쓸 사람만 앞으로 나와. 어서.” 웅변을 해서 목소리는 좀 큰가. 내 기세에 눌려 하나둘 씩씩거리며 사라져 버렸다. 나는 보란듯이 만점에 가까운 연합고사 성적으로 당당히 중학교를 졸업하였다.
미국에 와서는 인종 차별과 왕따가 거의 혼동이 될 정도로 빈번하게 느껴지곤 하였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라 끼리끼리 모이다 좀 다른 사람을 보게 되면 배척하기 마련이다. 배척하는 수위가 높아져 거의 모욕 또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까지 곁들이게 되면 당하는 사람은 정말 두렵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왕따를 이기는 유일한 길은 그들을 능가하는 진정한 실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그들이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나쁜 짓을 일삼을 때 부지런히 나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왕따, 다른 말로하면 ‘왕’을 위해 ‘따’돌림 당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내가 하는 일이 옳고 방향이 확실하다면 왕따는 대박을 일으킬 징조이다. 왕따를 당하는가? 실력으로 그들을 이겨라. 그리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자. 당당히 왕따를 극복하는 자들만이 더 높은 고지에 오를 수 있으며,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항상 위기는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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