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초강력 허리케인 구스타브가 31일 멕시코만을 지나면서 세력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미국 본토에 상륙할 시점에는 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3년 전 카트리나 피해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히 구스타브가 허리케인 중 최대 등급인 5등급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있으며, 2005년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됐던 카트리나를 능가하거나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9월1일부터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31일 발표했다.
앞서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30일 밤 구스타브가 모든 폭풍 중 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31일 오전 8시 부로 시민들에게 단계적인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내긴 시장은 시민들에게 빨리 시를 떠나라고 명령하면서 이번 폭풍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경각심을 가지라며 철저한 대피를 당부했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구스타브가 3년 전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1천8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다면서 신속한 대피를 촉구했다.
마이애미에 있는 국립 허리케인 본부는 텍사스주 하이 아일랜드에서 부터 앨라배마-플로리다주 접경지역에 이르는 지역에 허리케인 주의보를 발령했다.
1900년 이래 미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들 중에서는 2005년 8월29일 루이지애나주 등을 강타해 1천800여명의 사망자와 80여만명의 이재민을 낸 카트리나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되며, 이어 1992년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앤두루가 뒤를 잇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찰리, 아이반, 프란세스, 진 등이 플로리다주를 잇따라 강타했다.
허리케인은 보통 6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계속되지만 큰 피해를 몰고오는 대형 허리케인은 주로 8월 하순-9월 하순에 발생한다. 멕시코만으로 접근해 오는 허리케인은 비교적 따뜻한 멕시코만을 지나면서 세력이 커져 대형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멕시코만 연안지역이 지난 1995년 부터 20-30년 간격으로 반복되는 허리케인 주기에 들어가 강력한 허리케인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중이다.
허리케인의 등급은 바람의 세기로 구분한다. 풍속이 시속 73마일 이하일 때는 열대성 폭풍(Tropical Storm)이라 부르고, 시속 74마일 이상부터 허리케인으로 분류한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현재 허리케인 등급을 5개 등급으로 표시하는 사피어-심프슨 등급을 채택중이다. 이는 미국의 엔지니어 허버트 사피어가 고안하고, 전 국립허리케인센터장 로버트 심프슨이 발전시킨데서 유래한다.
NWS와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홈 페이지에서 허리케인의 5개 등급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등급은 풍속이 74-95마일(119-153km)로서 건물 구조물에 대한 피해는 없지만, 매어놓지 않은 이동식 주택이나 관목, 나무가 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등급은 풍속이 96-110마일(154-177km)로 지붕이나 문 그리고 창문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농작물이나 이동식 주택 등에 적지 않은 피해가 오기도 하며, 침수피해가 발생한다. 2004년 허리케인 프랜시스와 2003년 이사벨이 여기에 해당한다.
3등급은 풍속 111-130마일(178-209km)로 건물과 담장이 파손될 수 있고, 나무가 부러지거나 쓰러지며, 이동식 주택이 파괴된다. 해안의 침수로 인해 작은 건물이 파괴되고, 내륙에도 일부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 2004년 플로리다와 앨라배마를 강타한 아이반과 진이 대표적이다. 저지대 침수와 단전.단수가 예상되는 만큼 반드시 대피해야 한다.
4등급은 풍속 131-155마일(210-249km) 담장이 크게 피해를 입고 지붕이 완전히 날아갈 수 있고, 해안지역은 물론 내륙지역에서도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 지난 2004년 플로리다 샤롯데 카운티에 대형 피해를 초래한 찰리와 2005년 쿠바를 강타했던 데니스가 4등급에 속한다.
5등급은 155마일(250km) 이상으로 주거지와 산업 건물의 지붕이 완전히 날아가고,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기도 한다. 침수로 인해 해안선에 위치한 저지대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저지대 주민들은 반드시 대피를 해야 한다. 지난 1969년 발생한 카밀과 1992년 앤드루 그리고 2005년 발생한 카트리나와 윌마가 여기에 속한다.
카트리나가 최악의 피해를 낸 자연재해로 기록됐지만 윌마는 중심기압이 최저 882밀리바를 기록해 허리케인 기록이 시작된 후 가장 강력한 대서양 열대폭풍이란 기록을 보유중이다.
기상전문가들은 그러나 허리케인 등급과 이에 따른 피해 예상은 단지 예상에 불과하다면서 등급과 상관없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 예로 2002년 허리케인 릴리와 2004년 개스톤은 비록 1등급에 불과했지만 각각 루이지애나 해안과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안에 산사태를 몰고왔다.
또 지난 17-22일 사이에 쿠바와 플로리다주 일대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 `페이’는 비록 허리케인으로 발달하지도 않았지만 플로리다를 통과하면서 지그재그 행보를 계속하며 기록적인 양의 비를 쏟아부어 대규모 주택 침수와 곡물피해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9일로 카트리나 참사 3주년을 보낸 루이지애나 등 구스타브의 예상진로 선에 있는 주민들은 불안 속에 3년 전 악몽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며 맘을 졸이고 있다.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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