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와 트레이시 버렛부부가 샌오노프레 주립공원내 ‘누드비치’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이곳을 즐겨찾는 누드족들은 주정부의 누드금지령 시행에 법적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샌오노프레 ‘누드비치’에 누드 금지령 내리자 누드족도 법적 대응
파도를 타다 모래밭에서 비치발리볼로 땀을 흘리고 그대로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다 다시 모래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캘리포니아주 샌오노프레의 여름해변 풍경이다. 다른 바닷가와 다를 바 없다. 한 가지,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이 누드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알몸이다.
“여기선 옷을 입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 보여요”라고 빌 헨드릭은 말한다. 51세인 그도 머리에 붉은 수건을 둘렀을 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우리에게 여긴 이상한 곳이 아닙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곳이지요. ‘자연스럽다’는 말 외엔 다른 표현이 없어요”
하긴 이곳은 ‘뭐든지 괜찮다’로 알려진 캘리포니아가 아닌가. 보디빌더 시절 누드 사진을 찍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인 곳이다.
그러나 LA에서 50마일 남쪽에 위치한 주립공원의 한 부분, 누드족의 천국으로 알려진 이곳에서도 옷을 안 입으면 티켓을 받게 된다. 주 당국은 노동절 이후부터 누드금지를 시행하겠다고 밝혀왔다. 30년 가까이 ‘천국’을 누려온 누드 지지론자들은 즉각 반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주공원 관리당국자들은 이젠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해변과 파킹랏, 공중화장실을 비롯해 인터넷을 통해 약속된 장소 등에서 버젓하게 성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공원 직원들이 누드족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캠프 펜들턴 해병기지와 인접해 남쪽으로 1,000피트가량 펼쳐져 있는 이 누드구역에 우연히 들어오게 된 일반인들의 불평 신고도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 공원관리국 신임 책임자인 리처드 헤이든은 누드족들의 주장처럼 자신과 그들 사이에 불화가 심한게 아니라 불평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외설행위에 대한 적발사례가 180건에 이른다는 것.
“이곳이 옷을 안 입어도 좋은 장소로 공식 지정된 적은 없었다”라고 강조하는 헤이든은 “많은 사람들이 불쾌하고 불편해 한다. 누드 대하기가 불편한 것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성행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편해하면서 신고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뭐라고 해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누드 지지론자들은 어떤 금지에도 강력하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법에 어떻게 규정되어있든 간에 공원관리국 방침에 따르면 누드에 대한 불평이 신고된 후에도 가리기를 거부하지 않는 한 티켓은 발부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면서 이 방침을 지지하는 법정 판례가 이미 나와 있다고 전한다.
또 최근 주법원판사가 누드 지지론자들에 유리한 잠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공원관리국에게 단속에 앞서 당국의 방침 변화를 충분히 알리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행정적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명한 것이다.
관리국은 최근 ‘누드 금지’ 사인판을 부착하는 한편 레인저들이 누드족들에게 방침 변화를 직접 알려주고 있다. 최종판결은 수일 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판결내용에 관계없이 누드족들은 옷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헤이든은 이런 사람들에 대한 상세한 단속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지역 경찰과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범행위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가을 모래밭에서 소년을 성추행하던 성범죄자가 체포된 경우 등이다. 그러나 그 사건을 목격하고 911에 신고한 사람은 누드족이었다.
또 신참 누드족들에게 나눠주는 안내문에는 이렇게 명시되어있다. “당신이 경찰관 앞에서 하지 않을 행위는 이곳에서도 하자 말라” 가끔 레인저가 가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이에 순응한다. 이처럼 평화롭게 잘 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강압적으로 폐쇄하려한다”고 이들은 항변한다.
이같은 논란은 사람들이 누드와 섹스를 혼동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누드비치와 성적인 것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 “사람들은 우리를 바람둥이쯤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수영복 자국을 없애기 위해 누드 일광욕 중이라는 트레이시 버렛(31)은 말했다.
벗은 채 간이 의자에 앉아 여름바다를 즐기던 젤다 에이스(64)도 거들었다. “보시다시피 뚱뚱한 사람, 마른 사람, 큰 사람, 작은 사람 다 있어요. 모두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명품 옷을 입었건 아무 것도 안 입었건 다 같은 사람 아닌가요?”
샌디에고와 샌타바바라에 각각 한곳씩 누드비치가 있긴 하지만 LA근처에서 샌오노프레 만큼 경관 뛰어나고 서핑하기 좋은 곳은 드물다는 것. 그래서 끝까지 이곳을 사수할 작정이라고 이들은 다짐한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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