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에서 사귄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 메뉴를 고르고 있다.
베이빌은 주로 잡종의 일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우리가 집을 산 단지는 베이빌에서는 좀 고급에 속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베이빌 주변의 래팅 타운, 로커스 밸리, 오이스터 베이, 센터 아일랜드가 굉장한 동네라 그에 비하면 그 당시는 별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옆 동네인 로커스 밸리에 있는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여 그 곳에서 뉴욕의 권위있는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로비와 그의 처 디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디나는 금발 머리에 아주 상냥한 여자라 우리와 무척 친하게 지냈습니다. 남편이 그 여자에게 유난히 호감을 가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우리는 그들을 통하여 다른 로커스 밸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는 클럽에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로비와 디나의 추천으로 들어갔습니다. 특별히 딸을 위한 것이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잘 못 타서 나이가 더 어린 아이들과 타야했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를 않았습니다. 이크, 진작 열성을 기울여 가르쳤어야 하는 건데! 그러니 뭐든지 어려서 가르치는 게 첫째고 또 둘째라고 생각 하였습니다. 그 대신 우리가 아이스 댄싱 그룹에 들어가 겨울철이면 매주 금요일 저녁 스케이트를 타고 클럽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에도 타고는 함께 브런치를 먹었습니다. 아이스 댄싱이라고 해서 TV에서 보는 그 날라갈 것 같이 타는 사람들만 생각하시는 것 아니에요?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그 동작 하나하나가 얼마나 힘든지 말도 할 수 없더라구요. 스케이트를 가르치는 팀 중에는 전 소련 선수들도 있었고 그 당시 심리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스케이트를 가르친 사람도 있었습니다. 랄프는 결국 박사 학위를 딴 후에는 아이스 스케이트를 집어 치우고 심리학 전문가로 나섰습니다. 그는 술에도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는 뿐
만 아니라 요리에도 어찌나 아는 것이 많고 또 잘 하는지 우리는 요리 때문에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운동과 담을 쌓았다고 했더니 무척이나 참을성이 있는 젊은 선생님 한 분이 자기가 문제없이 가르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를 가르칠 수 있으면 황소도 가르치실 수 있어요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레슨을 시작 하였습니다. 저는 매주 스케이트 링의 손이 닿는 가장자리 담을 반들거리게 닦는 여자가 되었고 역사상 가장 오래 걸려 엉거주춤한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게 되었습니다. 반들거리는 얼음판 위를 칼날 같은 스케이트 날로 서서 미끄러져 가는 게 왜 그리도 힘이 드는지. 머리로 이론을 모두 알아듣는데 몸이 말을 안듣더라구요.
겨울에 이렇게 스케이트를 타는 우리 클럽 사람들은 대개 여름철에는 센터 아일랜드에 있는 요트 클럽의 멤버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클럽에도 가끔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배 멀미를 해서(촌스럽게스리!) 관심이 없었지만 남편은 모든 운동을 잘 하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클럽 하우스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오이스터 베이를 내려다 보는 그 클럽의 전망이 정말 너무나 좋았습니다. 베이 건너편에는 나무에 가려진 커다란 집들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정말 황금의 해안이라는 말이 붙을 만 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스웨덴든의 챔피언이었고 지금 70이 넘었는데도 토요일과 일요일 제일 먼저 나타나 2시간 이상 스케이트를 타는 여자. 야 저 여자의 반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여름에는 꼭 한차례 바다에 접해 있는 센터 아일랜드의 넓은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외 함께 스케이트를 탄 사람들은 변호사, 의사, 대학 교수, 상점을 갖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하였습니다. 우리 그룹의 선두자 역할을 하는 여자는 어찌나 마음이 좋은지 테레사 수녀님(노벨 평화상을 탄)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잘못했어도 능란한 말솜씨로 떵떵거리며 무죄를 주장하는 미국 사회에서 저렇게 맘 좋은 사람이 변호사가 될 수 있나 하는 의문을 던져 보기도 하였습니
다. 그 여자는 어찌나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지 스케이트 철이 지나면 롤러스케이트, 볼룸 댄스를 하도록 선두로 나서서 우리들을 끌고 다녔습니다.
이 지역의 돈 많은 주부들은 자선 사업에 많이 몸을 담고 활약을 하고 있고 자금 모집을 위하여 박물관 혹은 유명한 옛날 저택을 빌려 파티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마리오는 버는 대로 자선 사업에 무척 많이 기증을 한다는 얘기를 어느 친구한테서 들었습니다.
좋은 일을 모두 소리없이들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전용 비행기를 샀다고 해서 아이 축하해요 라고 덩달아 좋아했더니 전에도 한번 있었어요 라고 말하더군요.
한번 그 집의 연말 파티에 갔었는데요, 커다란 수영장이 앞에 있는 별채에 70명 여명 정도의 손님이 모였습니다. 여자들은 모두 긴 드레스를 입고 남자들도 검은 수트에 나비 넥타이로 정장을 하였습니다. 말이 별채이지, 앞에는 커다란 수영장이 있고 높이가 이층도 더되는 커다란 홀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제가 요리 강습을 멋지게 할 수 있는 큰 부엌이 딸려 있는 곳이지요. 저는 그 부엌을 볼 때 마다 거기서 요리 강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요리 강습만이 아니라 요리 학원을 차리고도 남을 만한 큼직한 부엌. 보통 사람들의 집에 비교 할 수도 없는 그 근사한 집이 바로 그 집의 별채였습니다.
드문드문 사이를 두고 저녁 내내 바다가제, 양고기 안심 등의 음식과 마실 것이 서브 되었습니다. 춤을 추도록 한 옆에서 밴드가 흥을 돋구었습니다. 자정에는 샴페인이 돌려졌고 축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풍선을 높다란 천장 위로 올렸습니다. 손님들이 떠날 때에 준 선물은 아주 좋은 워터포드수정으로 만든 근사한 술잔이었습니다. 잡지에 나는 근사한 파티가 뭐 딴 게 아니고 바로 그런 파티였습니다.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그렇게 후한 것 아니지요. 때로 있다고 해서 더 빡빡한 사람도 있어 그런 때는 안 쓰기 때문에 돈이 많은 것 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거기 사는 사람들 자녀의 결혼식도 굉장하더군요. 선박회사를 갖고 있는 피터와 마들렌의 딸 결혼식은 어느 잡지에 나오는 것보다도 더 아름다웠습니다. 롱아일랜드 사운드에 접하고 있는 마당에 300명 가량의 손님이 모였습니다. 서양에서는 그렇게 오후 느지막히 결혼식을 잘 하지요.
그리고 밤까지 지속되는 피로연으로 이어집니다. 커다란 텐트 안에는 수 없이 많은 잔잔한 불을 켰고 그 아래에 다시 비치는 망을 쳐서 별처럼 보이게 효과를 내었더군요. 그리고 흰색에 연한 연두 빛이 조금씩 섞인 꽃 장식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테이블 위의 꽃다발은 나즈막하게 하여 사람들이 건너다보는데 지장이 없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로 유럽에서 온 사람들과 같이 앉도록 자리가 정해 졌더군요. 텐트의 기둥마다 꽃을 돌렸고 각 의자에도 꽃을 달았더군요. 하루 이틀이면 다 시들어 버릴 그 아름다운 생화를! 그날 밤의 더 없이 아름다운 분위기를 위하여 단 한 푼도 아끼지 않은 것이 보였습니다.
음식은 뉴욕의 유명한요리사 다니엘 불루가 준비 하였습니다. 그 많은 손님에게 한꺼번에 서브 하는 것인데도 뉴욕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같았습니다. 글로리어스 푸드와 어느 집이 더 잘하는지 집어 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손님들의 냅킨도 신랑 신부의 이름 첫 글자를 멋있게 수놓은 리넨(마직)이었습니다. 돈이 있다고 해서 그냥 떠벌린 게 아니라 정말 품위 있으면서도 아름답게 세부적인 데까지 신경을 썼더군요. 모두들 그렇게 아름다운 결혼식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런 면에 정통인 캐티까지도 단 한 가지도 흠을 잡을 데가 없어라고 말 했으니까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복장을 한 가수가 나와 그 곳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고 형제나 친구들이 나와 두 사람과 관계되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나와 춤을 추도록 밴드가 계속 연주를 하였습니다. 서양 사람들 정말 정력이 얼마나 좋은지 지칠 줄 모르고 씩씩하게 노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더라구요. 자정이 가까워 어른들이 떠날 때쯤 해서는 풀 옆의 텐트에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밴드가 왔고 간단한 음식을 다시 차렸더군요. 정말 두고두고 생각날 결혼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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