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인 칼럼 / 하시용 목사(상항서머나 교회)
지난 9월 12일자 한국일보에 가슴을 찡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효부 베트남 댁 마당에 3각 희망이 떴습니다”라는 제목과 더불어 세 식구가 환하게 웃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얼핏 보면 한국 농촌의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이 번에 “배용순 효부상”을 받은 베트남 댁 딘티덩씨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배용순 효부상은 독립운동가 매헌 윤봉길 의사의 부인 배용순여사를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되었습니다. 배용순 여사는 윤봉길 의사와 16세에 결혼해서 10년 만에 남편을 잃고 50여 년을 시부모님과 자녀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한 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이번에 26회째를 맞이하는 시상식에 전국에서 세 분의 효부(孝婦)들이 선정되었는데 외국인 며느리로는 처음으로 전북 부안의 베트남 댁 딘(딘티덩)씨가 선정된 것입니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딘씨는 3년 전 현재의 남편을 만나서 낯선 땅 한국으로 시집왔습니다. 그때 딘씨는 꿈 많은 20세 약관의 아가씨였습니다. 남편 오현모씨는 43세였으니 스물 세 살이나 연상인 어쩌면 아버지뻘 되는 남편과 결혼한 것입니다. 게다가 남편 오씨는 2급 장애인이었고 벽돌공장에 다니는 생활보호대상자였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니도 모셔야 했습니다.
이쯤 되면 딘씨의 결혼생활이 어떨 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아마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운명이 주어진다면 대부분 결혼생활을 포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딘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갔습니다.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를 도우려 열심히 밭일을 다녔습니다. 워낙 억척스럽게 일을 하니 동네에서 인기가 높답니다. 두 살배기 딸도 낳았습니다.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셨습니다. 동네사람들 사이에 “아, 그 얌전하고 착한 월남 새댁, 정말 요즘 한국 며느리보다 낫당께”라고 칭찬이 자자하답니다.
딘씨에 대한 신문기사는 태평양 건너에 살고 있는 생면부지의 저를 울고 웃게 했습니다. 딘씨는 요즘 “너는 내 운명”이라는 드라마에 빠져있답니다. 스무 살 나이에 띠 동갑을 두 번 가까이 지난 장애인 남편과 낯선 외국 땅에서 살아가면서 “남편은 내 운명”이라고 말하는 딘씨! 신문기사를 읽어가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인생도 있구나!” - 왠지 딘씨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기사에 실린 딘씨의 활짝 웃는 사진을 보면서,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마음이 흐뭇해지고 ‘이것이 행복이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간 새벽예배에서 함께 나누었던 잠언 15장 말씀 두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얼굴을 빛나게 하여도 마음의 근심은 심령을 상하게 하느니라.” “고난 받는 자는 그 날이 다 험악하나 마음이 즐거운 자는 항상 잔치하느니라”. 딘씨의 삶은 겉으로 보면 고난이요 역경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웃는 모습은 항상 잔치하는 삶입니다. 얼굴이 빛이 납니다. 마음이 즐거워서 그렇겠지요.
행복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습니다. 밖에서 행복을 찾으면 늘 허전하고 쫓고 쫓기는 삶의 연속입니다. 반면에 마음속에 깃든 행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키워갈 때 복에 겨운 삶을 살 수 있음을 바다건너 월남댁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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