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마하스를 떠나 항구도시 말라가(Malaga)에 도착했다. 복잡한 메르세드 광장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현대 미술에 깊고도 큰 흔적을 남긴 세계적인 화가 파불로 피카소(Picasso 1881~1973)의 생가를 찾았다. 역시 화가였던 부친 호세 루이스부라스코의 유화와 피카소가 세례식 때 입었던 의상과 사진들, 도자기, 조각 등이 단조롭게 전시돼 있었다.
다음 행선지는 스페인의 꽃으로 불리며 이슬람 문화가 살아있다는 그라나다(Granada 석류). 그라나다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붉은 성벽)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조경이 너무나 멋지다. 알함브라 궁전은 성벽이 2km, 길이가 740m에 달한다. 하나의 단독건물이 아니라 메수알 궁전, 코미레스 궁전, 사자(Leones) 궁전, 나사렛 왕궁, 알카사바, 까들로스 5세 궁전 등이 합쳐진 궁전의 복합체다. 석고와 대리석 가루를 틀에 찍어낸 벽돌이 정교하고 모든 벽과 천정, 창문 등이 화려한 글자와 세심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감미로운 클래식 기타의 선율로 인해 잘 알려진 14세기 이슬람 왕조 말기에 건축된 이슬람 양식 건축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최고의 궁전이다. 124개의 대리석 기둥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12마리의 돌사자가 받치고 있는 분수의 사자 정원, 그리고 물소리까지 예술적으로 들리는 아세끼아의 정원은 아름다움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궁전을 관람하는 데만 2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성벽에서 멀리 보이는 아랍인들의 마을이었던 알바이신 지역을 둘러봤다. 언덕에 자그마한 동굴들을 파고 집단을 이루고 사는 집시들의 마을이 애처롭게 눈에 들어왔다.
다음날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길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국도변 황토색의 밀밭과 포도밭, 그리고 지중해에서 신이내린 선물로 불린다는 올리브 나무가 질서정연하게 온 벌판을 뒤덮고 있는 차창 밖 풍경은 이국의 관광 속에 특별한 휴식과 기쁨을 더해준다.
마드리드의 호화로운 왕궁과 메스키타 내부 고딕 성당을 봤다. 스페인 광장 에는 세르반테스의 동상이 탑 중앙에 엄숙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 뒤엔 애마(愛馬) 로시난데를 타고 있는 돈키호테와 산초판사의 웅장한 동상이 멋지게 서있다.
프라도 미술관으로 갔다. 난 미술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많은 작품 중 특히 고야의 ‘고뇌의 그림’에서 광적이고 비틀거리는 비합리적인 모습, 내면의 모습을 느껴보기도 했다.
관객 3,000여 명을 수용한다는 웅장한 라스 벤따스 투우장. 575~600kg의 검은 황소가 투우장 안으로 겁 없이 거만한 모습으로 걸어 나온다. 투우사들과의 아찔아찔한 쇼가 벌어지는 순간순간 속의 잔인성을 본다. 투우사의 창칼에 애처롭게 쓰러지자 관객들은 흥분에 들떠 그 환호성이 하늘을 찌른다. 인간의 잔인함 속에 왜 소로 태어나 저리 죽나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고 미국에서라면 동물학대 죄로 비난이 쏟아질 텐데, 야만적이고 잔인한 투우는 영영 사라져야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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