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박사
동서문화센터 연구원
김구와 김규식은 김일성에게 ‘이용만 당했다’
김구가 진보세력으로부터 영웅시되고 있는 것은 그가 김일성과 타협하여 통일정부를 세우려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구를 이용하여 햇빛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이승만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것이다.
김구와 그 추종자들은 조국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한 지도자 회의를 열자는 김일성의 초청에 의해 1948년 4월 19일 평양으로 갔다.
그러나 평양에서 열린 소위 “남북한 지도자 연석회의”는 잘 짜여진 공산당식 군중대회로서 남한의 선거는 남한을 식민지화하려는 미국과 이승만의 공모라며 “이승만은 악한이다”, “단독선거를 규탄한다”, “외국군 철수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궐기대회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김구는 4월 22일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열린 군중대회에서 “조국이 없으면 민족이 없고, 민족이 없으면 무슨 당, 무슨 주의, 무슨 단체가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 지금 통일 독립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애는 소위 단선(單選) 단정(單政) 입니다. … 우리는 이것을 철저히 방지하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라고 북측에 동조하는 연설을 했다.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에게 이념이 우선이지 조국이나 민족은 결코 관심사가 아니였다. 김구는 훌륭한 이상주의자였을지 모르지만 이념에는 색맹이었고 따라서 현실을 냉철히 판단할 지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북한의 선전수단으로 이용당하고 말았다. 그는 평양에서 돌아와 김규식과 더불어 북한이 단독정권 수립을 하지 않기로 했고 남한에 전기도 계속 공급하기로 했다고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북한은 그 약속을 곧 파기했다. 그래서 김구나 김규식의 정치생명은 끝나고 말았다.
김일성이 김구 등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은 스탈린의 지령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남한의 선거를 방해하여 대한민국 건국을 무산시키려 했던 것이지 통일정부 수립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였다.
1947년 말 북한에서 독자적인 정권수립은 완성단계에 와 있었다. 그들은 행정부, 인민의회, 화폐, 경찰과 군대 등, 국가가 갖추어야 할 기본요소를 대부분 갖추고 있었지만 남한의 정부 수립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들은 1947년 11월 북한 헌법 제정에 착수하여 다음해 2월 헌법안이 완성되었다. 그 안은 스탈린에게 보내졌으며 스탈린은 김구 일행이 평양에 있을 때인 4월 24일 북한 헌법안을 승인했다. 그러한 그들이 왜 협상을 통해 통일정부를 세우려 했겠는가?
그런데 김구는 평양방문에서 북한 군사력에 위압당했던 것이 틀림없다. 1948년 7월 11일 남한에서 정부 수립을 위한 헌법제정에 분주할 당시 장개석총통은 서울 주재 유어만(劉馭萬) 공사를 김구에게 보내 남한의 정부수립을 위해 이승만과 협력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구는 이승만이 한민당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면서 자신은 남한정부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내가 (평양) 요인회담에 갔던 동기의 하나는 북쪽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요. 공산주의자들이 향후 3년간 붉은 군대의 확장을 중지한다 해도 남한이 전력(全力)을 다해 붉은 군대의 현재 병력만한 군대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소련은 쉽게 남쪽을 급습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일성은 그들에게 인민군의 위력을 과시한 것이 틀림없다.
평양에 갔던 김구에게 그의 장점인 강인한 의지나 자신감을 찾을 수 없다. 백범기념관에는 젊은 김일성 2-3보 뒤에 걸어가는 김구의 사진이 결려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사진은 평양에서 김구가 어떻게 처신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이런 자세로 어떻게 교활하고 저돌적인 공산주의자들과 통일문제를 제대로 협의할 수 있었겠는가? 김구는 과대평가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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