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중요하듯이 한세상 살아 온 노인들에게도 쉼터가 필요하다.
바쁘다, 이 나이에 왜 이렇게 바쁜가. 나의 쉼터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산바람 깊이 들이마시며 가능하면 매일 2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하고 있다. 설계도도 없고 특별한 장비도 없다. 보통 삽 크기의 반 정도 길이에 흙을 담아 한손으로도 들어 올릴 수 있는 앙증스런 삽과 낙엽 긁는 갈퀴와 땅 밑으로 뻗어 있는 나무뿌리 필요한 것 골라내고 나머지 잘라버리는 가위, 또 하나 서너 살 되는 아이들이 장난감 실어 나르는 끌개가 나의 건설 장비의 전부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만 계곡을 사이로 동쪽엔 망개 넝쿨 얼기설기, 초여름 하얀 꽃 피우고 한여름 빨간 열매 맺는 산딸기 내음 맡으며 산새 날아들고…. 서쪽엔 하늘 높이 솟아있는 크고 작은 나무 밑에 잔디가 깔려 있는 곳, 가을이 시작되면 낙엽이 쌓이면서 천연색의 융단으로 덮이는 곳,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아름드리 나무가 뿌리째 뽑혀 약 25미터 길이의 외나무다리를 만들고 있다. 이 외나무다리를 밤낮으로 사슴이 넘나들고 이른 아침 점심 시도 때도 없이 조용하면 줄무늬 다람쥐들이 쪼르르 건너가고 오고, 한밤엔 옆집 고양이가 살금살금 건너다닌다.
나는 한참 일을 하다가 눈언저리에 흘러내린 땀방울을 식히느라 다리에 앉아 양다리 달랑달랑, 이번 허리케인 구스타보가 지나간 영향으로 외나무다리 밑이 약간 패여 계곡 끝으로 물이 흘러가지 못한다.
물은 한 곳에 고이면 썩는 법, 계속 흘러야 한다. 첫 번째 외나무다리보다 훨씬 두께가 작은 또 하나의 외나무다리 밑에 광산의 암반같이 버티고 있는 큰 돌 파내고 평원(사실은 골프장)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하면 나의 쉼터 공사는 끝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계곡 밑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걸쳐 있는 나무뿌리 끊어지지 않게 지하에서 노출시켜 흙을 살살 털어내고 들어 올린 다음 시골 메주 덩어리같이 생긴 돌을 주어다 나무뿌리 밑에 괴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서스펜션 브리지)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금상첨화로 나이아가라 폭포 못지않은 폭포도 계획, 반쯤 진행 중이다.
이 모든 놀이터 공간은 물방울을 통해 지구를 내다보는 마음, 또는 자기 손바닥에 그려진 손금을 보고 고독을 삼킬 수 있는 사람들의 공유물이다.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쉼터가 필요하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몸과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시간의 제한 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 충분한 휴식처가 노인에게 필요하다. 내가 이 쉼터를 준공하면 손자손녀 나란히 나란히 외나무다리 위에 앉혀 놓고 옛 얘기 들려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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