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가야금 연주자 이종은씨(중앙)가 카네기 홀에서 캐나다 록 밴드 ‘파든 마이 스트립티즈’와 협연했다.
11일 카네기홀 웨일 리사이틀 홀에서 열린 이종은씨의 가야금 연주회는 한복이 아닌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이씨와 뉴욕필하모닉의 부악장인 미셀 김씨와의 협연으로 시작됐다.
이씨가 작곡한 ‘가을 속으로’, ‘달빛 환상’이 연주되는 동안 당연히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기대했던 가야금은 조용히 조연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숲속으로’와 ‘천사의 꿈속에서’가 연주될 때 이씨는 아예 가야금을 놓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캐나다에서 20년 이상 활동해왔지만 뉴욕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종은씨는 이날 무대를 통해 자신이 가야금 연주자에 머물지 않고 정통 작곡 과정을 거친 음악인이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5살 때 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이씨는 9살에 가야금이란 악기를 처음 만졌다. 이씨의 피아노 지도 교수가 “서양 악기만 평생 다뤘는데 가야금을 못 다뤄본 것이 큰 후회”라며 권유한 것이 계기였다. 고3때까지 피아노 선생님과 가야금 선생님 모두에게 “배우는 악기를 평생 전공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가면서” 양쪽 악기를 놓지 않았다.
87년 캐나다로 이민해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한 이씨는 대학원을 마친후 외국에서 1.5세 음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가야금을 중심으로 한 현대 음악’으로 정하고 상호문화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작곡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공연에도 캐나다 출신의 4인조 록밴드 ‘파든 마이 스트립티즈’와 함께 아리랑을 연주하고 엘비스의 노래를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조화롭지는 않지만 파격적인 시도를 보여줬다.
이씨는 “서양악기는 서양인들처럼 분명하고 확실한 반면 예스와 노가 분명한 고정된 느낌이 있고 가야금은 속을 잘 모르겠는 동양인을 닯았다”고 비교했다. 그래서 속을 털어놓을 때 까지 조심스럽게 정성껏 다뤄야 한다. “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캐나다는 물론 전세계에 알리는 작곡과 연주 활동을 10년 이상 해왔는데 카네기홀 공연은 개인적으로 하나의 획을 긋는 성과”라고 소감을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