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선 분석필자가 ‘오바마 대통령?’ 이란 제목을 칼럼을 쓴 게 4년 전 8월이었는데 특별히 예지력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의 감동적인 기조연설을 들은 어떤 논객이 그를 대통령 재목으로 상찬하는 글을 본 까닭이었다. 이제 1월20일이면 그가 44대 대통령으로 선서를 하게 되었으니 미국이 변해도 아주 많이 변했다. 지각변동 또는 상전벽해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올해 대선의 결과이다. 미국의 처음 열여섯 명의 대통령은 오바마 같은 사람을 노예로 부릴 수 있었던 미국 역사의 원죄와 링컨의 노예해방 후에도 흑백분리로 흑인들에 대한 법적(de jure), 또 사실적(de facto) 차별과 억압이 진행되어오기를 1960년대까지였으니까 1961년생, 더구나 아프리카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의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47년 후인 금년에 대통령에 당선되리라는 것은 꿈도 못 꾸었을 정도로 역사적 사건이다. 많은 백인들을 포함하여 노년층 흑인들 거의 모두가 감루를 흘린 것도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오바마의 승리는 그의 탁월한 머리, 과감한 목표 설정과 목표에 이르는 추진력, 청중을 매료시키는 언변, 그리고 추종자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등에 기인하겠지만 인종에 대한 미국 사회의 성숙한 변화라는 배경 가운데서만 가능했을 것이다. 사람들을 피부색으로가 아니라 인격의 내용으로 판단할 날이 올 것이라고 열변을 토한 마틴 루터 킹의 45년 전 연설대로 미국 유권자들의 54%는 오바마를 선택했다. 또 데이비드 액셀로드 같은 지략가가 그의 선거참모였던 것도 오바마 승리에 기여했을 것이다. 인터넷을 잘 사용한 선거 전략으로 도합 6억불의 선거기금 중 상당액을 100불 미만을 헌금하는 개미군단으로부터 모을 수 있어 4억불 정도의 매케인 진영보다 유리했던 것도 승인 중 하나다. ‘오바마 걸’이라고 오바마를 사모하는 젊은 여자의 노래가 도합 1,00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것만 보아도 이메일을 보내보기는커녕 컴퓨터도 사용할 줄 모르는 매케인에 비해 오바마에 대한 젊은 세대의 열광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오바마에게는 더 효과적인 ‘선거운동원들’이 있었다. 부시, 체니, 리만 브러더스, 새라 페일린 등을 손꼽을 수 있겠다. 부시의 인기도가 30% 이하이고,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시민들이 75%라는 사실은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였어도 무난히 당선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이틀 전에 체니 부통령이 매케인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자마자 TV 광고 자금이 넉넉한 오바마 진영이 그 장면을 사용하여 매케인 지지는 부시 정부의 연장이라고 주장하는 메시지를 격전지 지방들에 집중 방영했다. “그런 친구가 있는데 왜 원수가 필요한가”(With a friend like that, who needs an enemy?)라는 속담을 상기시킨다. 리만 브러더스 파산과 그 후에 뒤따른 금융가의 공황과 시민경제의 침체는 매케인이 투표자들의 46% 지지를 받은 것조차 선전을 했다고 느끼게 만든다. 자격미달이라고 판명된 새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영입한 것도 자살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성공할 것인가? 두 전쟁과 해외로부터의 도전, 그리고 경제 불황 등 악재 투성이기 때문에 힘겨운 과제일지 모른다. 정치생활을 시카고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목적 수행을 위해서는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약속을 어기는 등 현실정치에 능수능란하다는데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두어 주 전 어떤 고객이 전화로 자기를 소개하면서 “깜둥이촌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길래 언성은 안 높였지만 언짢은 소리를 했다. 색깔이 그래서 그랬다는 설명에 나는 “일관성이 있으려면 백인은 흰둥이, 우리는 노랑둥이라 해야 맞는다”고 대꾸했다. 그래서였는지 며칠 후에 온다는 약속을 취소하길래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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