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승리를 놓고 ‘검은 케네디’라 부르기도 하고 ‘21세기 케네디’라 부르는 이유는 피부만 달랐지, 카리스마에서부터 각종 정책에 이르기까지 케네디를 닮았다는 말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열화 같은 지지와 환영을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딕 체니를 정점으로 한 ‘신보수주의자’(Neocon)가 저질러놓은 현 미국의 실상과 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을 투표를 통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미 선거기간 중에도 어떤 지도자와도 대화를 하겠다는 공약을 했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만나겠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대화를 않음으로써 얻은 것이 북한의 핵보유”라며 ‘6자회담’과 병행해 북미 양자회담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솔직히 밝혔다. 한국은 다방면에 걸친 대미 의존 불가피 현상으로 미국 신정부의 대한반도정책 전환과 서울 정부의 대북강경책의 충돌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서울 정부의 대북정책은 군사정권이 불법으로 강탈한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했던 재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지나친 말은 아닐성 싶다. 거기에다 부시의 대북 정책을 많이 모방했음이 특징이다. 부시는 취임 초 북한을 ‘악의 축’이라 했고 북한을 기회만 있으면 악마로 묘사하는 것을 빼지 않았다. 서울 정부도 취임 하자말자 ‘선제타격’이라는 말을 해서 물의를 빚더니 심지어 ‘주적’이라고도 했다. 클린턴의 것이라 해서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제네바 북미 기본 합의서’를 부시는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동족의 수뇌들이 얼굴을 맞대고 서명한 ‘6.15와 10.4 선언’은 UN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지지결의안이 2번에 걸쳐 각각 통과 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정부는 헌신짝 보듯 한다.
북한은 각종 경로를 통해 남한에 반북활동 중지를 요청했다. 두 정상 선언을 계승하라는 것이 주된 요구다. 경고도 날아왔다. 드디어 남북관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태에 다다랐다.
부시 1기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무력행사를 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아프칸과 이라크 전쟁에 발목이 잡힌 데다, 북핵 실험으로 ‘대화불가’에서 ‘대화’로 정책 수정이 불가피했다. 부시 2기에는 ‘9.19 공동성명’ 직후엔 ‘BDA’를 가지고, ‘2.13 합의’ 직후엔 ‘핵검증’을 가지고 난관을 조성해 앞으로 있을 서울, 동경, 워싱턴 선거에 최대한 북핵문제를 이용했다고 보인다.
오바마의 시대를 벌써 ‘클린턴 3기’라 부른다. 그 말은 오바마의 주변에 클린턴 행정부의 관리들이 몰려있다는 뜻이다.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찾은 조명록 인민군 장성과 울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2000년 10월, ‘조미공동성명’ (DPRK-US Joint Communique)을 발표했다. 곧 이어서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클린턴의 방북 준비 차 평양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과 대담을 했다. 그러나 부시의 당선으로 클린턴이 이룩한 모든 업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북미의 최고 수뇌부가 서명한 ‘제네바 합의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든 부시의 행위에 대해 클린턴은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드디어 잃어버린 8년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가 오바마의 승리로 한반도에 찾아들었다. 그러나 원통하게도 한반도에는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대화까지 차단되고 언제 화약 냄새를 풍길지 가슴 조인다. 이미 남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국내외 동포들 앞에 엄중히 선언한 ‘7.4공동 성명, 6.15와 10.4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면 만사형통이다. 거기에 우리 민족이 평화롭고 번영된 삶을 누리며 세계만방에 떳떳하게 살아가는 지침서라 할 나침판이 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끝내 대결과 반목으로 민족의 공멸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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