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고
...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이제 우리 다시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내가 한국을 떠날 때는 패티킴 이나 송창식이 유행이었다. 그 후에 나온 가수들은 어쩌다 구하게 된 테잎에서 곡 따로, 가수 따로 알게 된 것이다. 김광석을 알게 해준 것은 C였다. 가는 길도 다르고 나이도 한참 어린 분이었는데 내가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또 한국노래에 목말라하는 것을 알고 몇몇 가수를 추천해 주었다. 안치환, 정태춘, 장사익 그리고 김광석.
김광석이 예릿예릿한 목소리로 부른 이 노래는 왠지 늘 들을 때마다 내가 실연한 것도 아닌데 가슴이 아파온다. 얼마나 아픈 사랑이었기에 다시는 사랑으로 이 세상에 오지 말자고 했을까? 얼마나 아픈 사랑이었기에 사랑도 아니었다고, 아마도 사랑은 커녕 웬수였다고, 그렇게 반어법의 말을 하는 걸까?
궤테나 피카소쯤 되는 큰 인물은 팔십이 넘어서도 열 댓살짜리하고 사랑을 했다지만 그들이 한 게 정말 사랑이었을까, 나는 늘 믿기지 않는다. 혹시 성공한 예술가의 연인이라는 젊은 여자아이의 허영이 세상에서 갖지 못할 게 없는 성공한 늙은 남자의 김빠진 욕구와 맞아떨어진 게 아니었을지.. 궤테도 피카소도 갖지 못할 사람 때문에 술잔 앞에 앉아 별빛 바라보며 눈물 흘리고.. 그 사람이 아예 미워지고.. 그런 사랑을 했을까?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젊은이의 사랑은 갖지 못할 사람 때문에 애태우는 것, 가까이 할 수가 없어 단내가 나도록, 죽을 것만 같이 볶아치는 것..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좋은 것 중의 하나는 갖고 싶은 게 적어진다는 사실이다. 가구니 살림살이는 물론 옷도 차도 하다못해 사람도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인생의 고뇌인 듯 밤을 설치며 서성이던 슬픔이 이제 보니 단순한 바람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사춘기의 여드름처럼 호르몬의 장난이었던 듯도 하다. 중학교 일 학년 때 단체로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가서 말론 브란도와 진시몬즈가 나온 데지레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나폴레옹과 그 애인의 못 이룬 사랑이야기였는데 그 영화를 본 후 며칠 동안이나 잠을 못 이루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냥 우스운 추억이지만 정말 그 때는 설레는 가슴을 부여안고 마치 내가 데지레인듯 꿈까지 꾸었었다.
마음대로 되는 게 사랑일까만 그래도 사랑에 앓는 젊은이들에게 가만 가만 말해 주고 싶다.
너무 아픈 사랑은 하지 말라고. 눈을 들어 햇살을 보고 심호흡하며 꽃향기 맡으라고. 돌아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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