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사원의 전경.
딸이 고등학생일 때 터키의 이스탄불을 구경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한테서 정말 가 볼만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어 터키의 다른 곳은 볼 생각도 못하고 이스탄불만 보기로 하였지요. 우리가 좋아하는 호텔 포시즌스(Four Seasons·사계절)에서 묵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그 호텔이 고적이 많은 지역에 있다고 하여 안성맞춤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화가가 낼 수 있는 짓은 노랑 색과 누런 색을 섞은 듯한 색으로 건물을 칠했고 흰색으로 액센트를 주어 아주 산뜻 하였습니다. 옛날에 감옥이었던 건물을 개조하였다고 하더군요. 벽의 두께가 이만저만 두꺼운 게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품위가 있고 멋이 있게 개조해 놓아서 그 곳이 감옥이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방의 천정도 높고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품위가 있게 해 놓았더군요. 욕실은 잔잔한 아랍식 타일로 만든 것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고급 호텔에 가면 세계 어디를 가나 어느 수준에 올라 있기 때문에 음식이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오히려 색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 특유의 음식을 맛보고 싶을 때는 밖에 나가서 찾아야 합니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서 메뉴를 보고 비르혀 뮈슬리(Bircher Muesli)를 시켰습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먹는 것인데 잡곡으로 된 씨리얼(cereal)을 몇 시간 전 혹은 전날 밤에 우유를 부어 두어 부드럽게 한 것입니다. 과일을 좀 잘라 얹거나 건포도와 호두 같은 것을 넣을 수도 있고 꿀을 한 수저 흘려 넣어 맛의 변화를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고소한 뒷맛이 나고 영양가 만점의 훌륭한 아침 식사입니다.
그릇에 담아 온 것을 보니 얼음장 같이 차가웠습니다. 전날 밤에 우유와 섞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것 같았습니다. 비르혀 뮈슬리는 차도 안되고 따듯해도 안좋고 방 온도라야 가장 제 맛이 나거든요. 더군다나 아침 일찍 그렇게 차가운 것을 먹으면 내려가다가 중간에 꽉 막혀 버릴
것 같았습니다. 찬기만 가시게 해 달라고 웨이터에게 부탁 하였습니다.
먼저 그 화려한 톱카피(Topkapi) 궁을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대절 버스가 여럿 와 있었고 세계 방방곡곡에서 모인 관광객으로 발 들여 놓을 틈도 없었습니다. 15세기에 지었고 그후 400여년 동안 수많은 술탄 (왕)의 궁이었습니다.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모두 함께 물결처럼 움직였습니다.
웅장한 건물마다 종류가 다른 귀중품이 보장 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신기해하며 기웃거렸고 진열된 보기 드문 보석 구경도 하였습니다. 머리나 목에 걸기에는 너무나 큰 돌을 옛부터 그렇게 귀하게 여겼다니... 아주 정교한 수공을 들인 옷을 보고 그런 것을 만들기 위해 궁에 살면서 일생을 보낸 사람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런 작품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일 년도 더 걸렸을 것 같았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해 먹였을까! 참, 저는 이렇게 항상 먹는 것만 생각 한다니까요.
점심은 전망이 좋은 궁내의 카페에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그 카페에서 물 건너 중동 쪽의 이스탄불이 건너다 보였습니다. 이스탄불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유럽 쪽과 중동 쪽으로 나뉘어 져 있는데 인구가 1400만이 넘는다는 어마어마하게 큰 도시였습니다. 앉을 자리를 찾으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뭐 앉아도 대접을 제대로 받을 것 같지 않아 오히려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궁을 나와 다니다가 먹을 것을 파는 쥐구멍만한 집에 들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스칠 정도
의 좁다란 길에 테이블 하나 내 놓은 집이었습니다. 고기를 다지고 양념하여 굵은 쇠 막대기에 감아 익힌 (터키에서는 되너라고 부릅니다)데에서 깎아 주었습니다. 샐러드를 곁들여 주더군요.
그리고 빵은 후무스라고 칙피라는 콩 같은 열매와 타히니라는 깨 소스로 걸죽하게 만든 것을 찍어 먹었습니다. 그 고소한 후므스는 정말 훌륭한 간식이 될 수 있는 음식이라 그 후 집에 와서도 가끔 만드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피타 빵을 따끈히 데워서 후므스를 찍어 먹으면 더욱 맛이 나지요. 그후 뉴욕에서 한 쉐프는 피타 빵의 가운데를 잘라 주머니 같이 열어서, 그 안 양쪽에 후무스를 바르고 올리브 기름에 지진 버섯까지 흘려 뿌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곳의 음식은 아랍음식에 지중해식 영향을 받은 퓨전 같을 때도 많았습니다. 고기든, 생선이든, 야채이든 간에 요구르트를 무척 많이 쓰더군요. 양고기 덩어리를 잘라 꼬챙이에 끼워 (케밥이라고 부름) 구운 것도 요구르트 양념을 하였다는데 그 누릿한 양 특유의 냄새가 없었습니다. ‘요구르트’라는 말이 터키말인 줄 알고 계셔요?
그리고 이곳의 치즈는 주로 염소 우유로 단기간에 만든 것이고 서양의 치즈와 달리 흰색이 나고 기름기가 훨씬 적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후식인 그 바클라바는 어찌나 단지 질식할 것 같았습니다.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열매를 잘게 부수어 꿀로 범벅을 하여 종이 장처럼 얇은 밀 전병을 겹겹이 두른 것인데 조금만 덜 달면 맛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이스탄불은 볼 것이 너무나 많아 열심히 먹고 힘을 내고 구경을 다녀야 합니다. 불루 모스크(사원)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이름대로 회색에 푸르스름한 색이 돌았습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신을 벗었고 수건이 없어 크리넥스를 한 장 꺼내어 머리에 얹고 들어 갔습니다. 이곳 여자들처럼 머리를 완전히 가리지는 않더라도 시늉만 한 것이지요. 그 규모가 이만저만 큰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내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말 볼만 했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까를 되풀이 하며 한동안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그 옛날 지은 지하의 물 저장고도 굉장하더군요. 300개가 넘는 큰 돌 기둥을 세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래 부분에만 물이 조금 있었는데 난방 시설을 해 놓은 것처럼 시원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나무다리로 이어 놓았습니다. 큰 돌을 움직이는 기계도 없었는데 어떻게 지었는지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가 보아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곳의 바자. 말만 다르지 우리의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과 똑 같더군요.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습니다. 저의 눈에는 수많은 양념을 자루에다가 수북이 쌓아놓고 파는 것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강도가 다른 붉은 색 계통이 많았습니다. 마치 화가의 팔레트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실크로 만든 아름다운 카펫은 너무나 사고 싶어 한참 쓰다듬으며 만지작거리다가 놓았습니다. 손에 닿는 그 촉감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책상 다리를 하고 앉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것인데 값은 커다란 것보다 더 비쌌습니다. 터키의 아름다운 카펫은 일종의 거의 신비한 매력을 가졌다고 하는 게 옳을 거에요. 우리 시어머님은 터키 여행 가셨다가 어느 카펫을 보고 홀려서 저금을 몽땅 털어 사 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아니, 아무리 홀려도 분수가 있지!
어떻게 그런 거금을 들였느냐고 아우성이었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이미 사들고 오셨으니 다 잊어버리고 매일 보고 즐기며 사는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물론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요 시어머니께서 완전히 바가지를 쓰셨다고 생각했습니다.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보시고 나서는 다른 곳을 다 제쳐놓고 꼭 터키의 이스탄불을 가 보도록 하셔요. 가 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니 이스탄불 이외에도 볼 것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오토만 왕국 시절에 얼마나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는지 그 유적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징기스칸이 동양만 쥐고 흔든 게 아니라 유럽까지 손을 뻗치었을 때 유럽은 별 볼일이 없고 오죽하면 중동은 털 것이 많다고 하였겠습니까!! 두고두고 생각나는 여행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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