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늙고 죽는 문제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의 생활 주변에 있는 분들의 돌연한 부음을 듣거나 암과 같은 불치병에 걸려 시달리는 소식에 접하는 일이 잦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도 “팔다리 마디마디가 쑤신다”, “눈이 잘 안보여 읽기가 어렵다”, “귀가 잘 안 들리는데 크게 말해 달라”는 등 젊었을 때는 이해가 잘 안 되던 표현들이 나의 실제상황으로 닥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약과이고 그에 더해 시간이 갈수록 의료계의 다양한 전문분야에 신세를 지게 된다. 대장암이 혹시 있을까봐 결장 내시경검사를 한 것이 세 번이나 되었다. 또 야뇨증인지 자다가 자꾸 깨어 변소를 찾기 때문에 비뇨기과 전문의도 보기 시작했다. 잘은 몰라도 방광은 지나치게 활발하고 전립선은 커진데다가 요도는 좁아졌다고 해서 데트롤-LA, 풀로맥스와 아보다트 라는 세 가지 약을 먹게 된 게 반년이 넘었다.
30대 후반부터 각종 주위 환경의 요소들에 대한 알러지 때문에 심한 두통과 피로감으로 고생을 해왔지만 갖가지 꽃가루들에만 아니라 먼지에까지 알러지가 있는 몸이므로 겨울에도 처방약이나 비처방약을 복용하여 다스리니까 이것저것 해서 집안에 느는 것은 약병들뿐이다. 게다가 혈압도 높아질 우려 선상에 있기 때문에 혈압약도 반 알씩 먹는다. 이래저래 하루 생활에 있어서 처방약들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다는 각종 비타민과 관절의 연골생산에 도움이 된다는 글루코사민 등 열 알 이상 한 움큼씩이나 입에 집어넣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여기저기 아프고 무릎이 쑤시는 데야 “여인에게서 난 사람은 사는 날이 적고 괴로움이 가득하며 그 발생함이 꽃과 같아서 쇠하여지고 그림자같이 신속하여서 머물지 아니하거늘”이라는 욥의 탄식이 갈수록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14: 1, 2)
가장 최근에는 축농증 수술도 했다. 볼티모어 어느 병원에서 당일치기 외래환자로서의 수술이었고, 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사위가 직접 집도한 것이었지만 두 세 시간 동안 전신마취 되는 등 수술은 수술이라서 혹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특히 피를 멀리하라는 성경의 명령(사도행전 15: 28, 29)에 따라 생활하는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수혈을 거부하며 수혈 거부로 내가 만약 죽게 되는 경우라도 의사, 마취의사, 병원과 병원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나의 서명이 든 지시 문건을 복사하여 내 의료기록의 일부로 보관케 하는 절차를 밟게 될 때는 비장한 각오마저 되어 있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요한 11: 25, 26)이 특히 말세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적용되어 잘 하면 결코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살아서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도 이루어져 지구 전체가 낙원으로 변모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영생을 주리게 되는 특권이 아니라 죽어서 무덤에서 기다리다가 부활되는 차선의 장래에 만족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내가 수술 후 심한 독감으로 몸 져 누웠다가 좀 괜찮아졌나 했더니 막내딸과 산보하던 아내가 갑자기 숨이 가빠하고 팔이 힘이 빠지는 듯한 증세를 보여 응급실을 거쳐 심장이나 혈관 관계 온갖 검사를 하느라고 하루를 입원하는 일도 생겼다. 그리고 나서도 심장내과 전문의에게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거쳐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끼어있는지의 여부를 발견한 다음 어찌 대처할지를 정하게 될 것이다. 둘 다 살아서 낙원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왔건만 하나가 잘못되어 쓸쓸히 부활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믿음의 부족이 아닐까 하고 자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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