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폐품 재활용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신문지, 플래스틱, 판지, 금속 등 쓰레기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전국의 폐품 재활용 회사 창고와 마당에서 산을 이루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이 되던 이들 쓰레기가 이제는 진짜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경기 불황으로 공장들이 신제품 생산 가동을 줄이면서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같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신제품 생산 줄면서 재활용품 수요 급락
한때 ‘금값’이던 폐품 가격 곤두박질
산더미 쓰레기 앞에서 재활용 업체들 난감
재활용 폐품들은 쓰레기라도 쓰레기가 아니었다. 자동차 부품이나 책 커버, 전자용품 상자로 재탄생해 제2의 생을 맞았다. 그런데 시장이 불황을 맞으면서 이들 쓰레기는 재활용 되는 대신 쓰레기 매립장으로 직행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애리조나의 비영리조직, 세도나 재활용의 브리애나 스턴버그는 말한다. 이 조직은 최근 시리얼이나 쌀, 파스타 포장상자 같은 판지들은 수거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판지를 팔 시장이 없어서 ¼에이커에 달하는 공터가 이미 꽉꽉 들어찬 상태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던가 아니면 보관 경비가 들게 생겼다”고 그는 말한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주도, 찰스턴이 포함된 카나화 카운티에서는 최근 플래스틱과 금속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주민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했다. 펜실베니아 동부의 작은 마을인 프랙빌에서는 쓰레기 재활용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 버렸다. 그냥 버리는 것이 재활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몬태나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인근의 한 재활용 회사는 판지 외에 다른 것은 일체 수거하지 않고 있다.
재활용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폐기될 조짐은 아직 없다. 하지만 수년 동안 급성장해오던 재활용 시스템 전체가 갑작스런 하락세를 맞고 있다고 업계 측은 밝히고 있다.
많은 대규모 재활용 회사들은 현재 재활용 쓰레기들을 수 톤씩 쌓아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도시들과 수거 계약을 맺고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앞으로 6개월이나 1년 정도 지나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설 때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창고에 쌓아두고 쌓아두고 쌓아두는 것이지요” 라고 뉴웍 그룹의 자니 골드는 말한다. 전국에 13개 재활용 공장을 두고 있는 이 회사의 부사장인 그는 전에도 경기가 가라앉았을 때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재활용 폐품 가격은 현재 무서운 기세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할 때 폐지 가격은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톤 당 105달러였다. 지금은 20달러에서 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종이 값 추적 뉴스레터인 오피설 보드 마케츠는 밝힌다. 아울러 재활용품 업계에 따르면 양철 가격은 금년 초 톤당 327달러였던 것이 지금 5달러로 떨어졌다. 다행히 유리는 국내 수요가 높은 덕분에 가격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폐품 재활용 업계는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부침이 없을 수 없다.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는 신상품 시장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판지는 전자용품 상자로 만들어지고, 고무는 신발 밑창, 금속은 자동차 부품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이번에 가격이 이렇게 빠르게 하락하는 이유는 중국의 수요와 상관이 있다. 미국 재활용 폐품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은 중국인데 전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서 중국으로 부터의 수요가 급속히 말라버렸다. 중국의 영향이 얼마나 크냐 하면 미국에서 같은 재활용 폐품이라도 항구가 먼 지역에서는 훨씬 가격이 낮을 정도이다.
재활용 업계가 고전하면서 근년 붐을 이뤘던 소비자들의 재활용 운동이 주춤하게 되었다. 환경문제에 의식있는 소비자들은 그 동안 집 쓰레기 중 재활용 폐품들을 골라내 도로변에 내놓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의 재활용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켜온 것은 환경보호 운동뿐 아니라 경제 그 자체였다.
각 도시들과 계약 업체들이 폐품 재활용을 용이하게 만든 것은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수퍼마켓이나 다른 소매업체등 기업들 역시 판지 등 폐지를 매달 수천톤씩 재활용 업체에 넘김으로써 돈을 챙겨왔다.
그러나 이들 폐품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윤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져버리자 굳이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느냐 하는 회의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에는 탐욕 때문에 환경보호를 할 수 있었다”고 UC 버클리 상과대학의 짐 윌콕스 교수는 말한다.
시장이 무너진 지금도 대부분 도시들은 재활용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법 규정 때문인 경우도 있고, 여전히 매립하는 것보다는 재활용이 경제적이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뉴욕시의 경우 10월 이전만 해도 폐지를 톤당 50달러 이상씩 받고 넘겼지만 지금은 10달러에 넘기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재활용 프로그램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 타격이 특히 심한 지역 인 보스턴에서는 폐지 가격이 톤당 5달러로 떨어진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폐지를 부리는 인건비를 지출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쓰레기로 매립하려면 톤당 80달러가 들기 때문에 그보다는 낫다는 것이 시정부 관리들의 판단이다.
폐품 재활용과 관련, 기업이나 기관들도 선택을 요구받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는 음료수 병이나 대학 신문 등 폐품들을 인근 재활용 센터에 넘기면서 톤당 10달러를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11월 재활용 센터로부터 2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첫 번째 편지는 폐품 1톤당 재활용 경비로 10달러를 청구하겠다는 내용, 두 번째 편지는 그 가격을 20달러로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하버드측은 폐품을 쓰레기로 처리할 경우 톤당 87달러라며 그 보다 비싸지 않은 한 계속 재활용 센터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재활용 시장의 붕괴로 개별 재활용 회사들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폐품들을 팔아서 이윤을 챙겨온 월마트 등 대규모 소매상들도 파편을 맞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활용 쓰레기 수거 트럭이 도착하기 전에 집집의 쓰레기통을 뒤져 폐지며 플래스틱 등 재활용품들을 걷어가 돈을 챙겼던 ‘쓰레기 도둑들’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문이 없으니 쓰레기통 뒤지는 작업에서 그들도 손을 떼고 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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