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한 식당에서 ‘대한민국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서울의 국회에서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였다. 식당에 모인 100여 명의 한인 중 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식 인정받게 됐다. 한인사회 분열을 우려하지만 우리가 가져야할 권리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순간적 감동으로는 그럴 수 있는 장면이다. 이국만리 떨어져 그리던 한국에서 참정권을 선물하다니 감동이 없을 리 있을까. 하지만 앞뒤를 지켜보면 투표권이 가져올 결과가 두렵기만 하다.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국민의 기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방과 납세 의무이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재외국민에게 직접 정치참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일이다. 반드시 투표권을 가져야만 국민 대접을 받는 건가.
OECD 회원국 중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곤 재외국민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고 하지만, 각 나라 사정에 따라 실질적으로 영주권자에게까지 투표권을 주는 나라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 재외국민 분포는 영주권자 145만, 일반 121만, 유학생 33만 등 도합 299만명에 이른다. 유권자 강원도 120만, 충북 180만을 웃도는 재외국민에 투표권을 주면서 사전에 무엇을 연구 검토했는가. 법안 통과 이전에 공청회, 토론회, 여론조사도 한 번 없었다.
지난 60년대 박정희-윤보선의 두 차례에 걸친 대결에선 각각 5만, 15만, 15대(김대중-이회창) 39만, 16대(노무현-이회창) 57만 표 차이였다. 재외동포 투표 예상치는 135만 내외다. 이들이 이명박-정동영 대결처럼 가지 않고 백중세를 이루게 된다면 해외 투표가 대통령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 국내 대선을 해외 투표에 승부를 건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정기용/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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