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쪽에 위치한 보르도 시내 모습
이제는 우리도 몇 년 후에 은퇴할 나이. 미국에 있느냐 아니면 유럽으로 가느냐를 놓고 우리는 수많은 의논을 시작하였습니다. 은퇴를 한 후에 옮기면 나이 때문에 적응이 힘들 수도 있으니 좀 시간을 당겨 한 곳을 정한 후에 미리부터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 있으면 롱아일랜드에 그냥 있든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하는 플로리다로 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플로리다에는 골프장이 많고 야자수가 멋지게 늘어서고 해변이 있는 것은 더할 나위없이 좋지요.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약간 스페인 풍의 건축 양식입니다. 애디슨 마이즈너(Addison Mizner)라는 건축가가 1918년경부터 플로리다에서 스페인식이면서도 클래식한 건물을 팜비치에 짖기 시작한 것이 휴가로 그 곳을 찾는 부유층의 호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반더빌트, 제이피 모르간, 케네디 등 유명한 부자들의 저택을 지었고 그의 스타일이 플로리다의 다른 지역으로 번지게 된 것입니다. 미국 동부나 서부와 다른 특유한 스타일입니다. 아시지요? 플로리다에서는 그 따듯한 기온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오렌지, 그레입 푸르트의 싱그러운 맛과 이곳의 명물 돌게(stone crab)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 돌게는 잡을 때 집게를 하나만 때고 물에 넣어주는 것 아시는지요? 다른 한쪽은 자기 방어를 위해 그냥 두는데 잘린 쪽은 다시 재생이 된다고 합니다.
플로리다에서는 물론 비싼 좋은 레스토랑도 많지만 간단한 음식을 먹으려면 맨 버거와 튀긴 음식 뿐이라 찾아다니던 생각이 났습니다. 마이애미의 사우스 비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트데토식의 빌딩이 많고 재미나게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는 곳. 음식을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곳이지요. 자기네가 서브하는 음식을 입구에 차려 놓아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하지요. 거의 항상 덥기만 한 그 날씨를 견딜 수 있을까 의문이 갔습니다. 골프장과 해변만 갖고 살 수 있을까? 또 거리가 멀어 거의 항상 고속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것 등 휴가로 가끔 찾아가는 곳이면 모를까 항상 사는 곳으로는 아무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유럽의 아기자기한 면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통이 있고, 적은 나라들이 모여 있어 몇 시간만 가면 특색이 전혀 다른 매력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종이 쪽지에 유럽이 좋은 점, 미국이 좋은 점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 등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유럽을 좋아해서 항상 휴가를 가니 그 쪽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으로 기울었습니다. 저는 롱아일랜드에서 체면을 완전히 잃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디로 가는 것이 좋고
나쁘고 간에 저는 제 생활에 변화가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 자리에서 늙어가고 싶은 마음은 정말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유럽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 우선 저에게는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심리학자인 친구 랄프가 말 한대로 알콜 중독자가 한 술집 옆을 떠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 곳을 떠난다고 해서 다른 데서 만날 여자가 없을 것이 아니지요. 세상살이는 주위의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니 그런 걱정하고 살 수도 없는 일이구요. 하지만 제 자신이 롱아일랜드에서 죽을 때까지 묵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랄프를 붙들고 제가 그 당시 관심이 지대했던 한약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것이냐를 놓고 의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먹으면 치료가 되는 식물과 뿌리, 그 것도 음식과 관계가 있는 것이니 관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요. 단 오십대 중반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이 엄두가 안 났습니다.
남편이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을 좋아하니 그 쪽을 좀 돌아보고 샤또를 하나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보르도 지방의 샤또 구매 광고를 오려둔 것이 있다면서 구깃하게 접힌 종이를 꺼내보여 주었습니다. 자기가 좀 관심이 있기 때문에 얼마 전에 그냥 오려 두었다고 하였습니다. 선뜻 그걸 알아보자고 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잘 들어맞는 것 같았습니다.그 해 여름 딸은 스페인의 언어학 캠프에 가 있는 동안 우리는 보르도 지방에서 여름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아주 방을 하나 빌려 지내고 남편은 뉴욕에 왔다갔다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볼 샤또의 주인에게 연락을 하고 방을 하나 얻어 줄 것을 부탁하는 등 계획을 짜기 시작하였습니다.
보르도 지방(프랑스)
보르도 지방은 프랑스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대서양을 접하고 있고 보르도 시를 중심으로 수많은 포도 농장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 보려는 샤또는 보르도 시에서 서북쪽으로 차로 한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 있었습니다.우리는 닭을 치는 촌가의 별채를 빌렸습니다. 길에서 가까운 별채는 아주 단순하였습니다. 바닥은 리놀리움 (비니루)이 깔려 있었고 가운데가 내려앉은 침대와 싸구려 가구가 몇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뒤쪽의 창을 열면 넓은 벌판이 내다 보였습니다. 라디오와 테레비도 없으니 순수한 시골 생활이 될 것 같았습니다.
샤또 라유가는 말이 샤또이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왕자님이 말을 타고 나올 것 같은 그런 성은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프랑스에서 말하는 샤또는 물론 왕이 살던 동화에 나오는 그런 성도 있고 큰 저택 같은 것도 샤또라고 부르더군요. 술을 재배하는 농장을 경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멋진 성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성이 아니더라도 포도를 삭히는 창고와 제조 과정의 시설, 완성된 술병을 보관해야 하는 창고가 필요하였습니다. 그중 삭히는 과정의 술이나 완성된 술은 습기가 적당한 창고라야 하기 때문에 대개 돌로 된 육중한 건물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들이 사는 곳엔 샤또라는 이름이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샤또에서는 정한 시간에 들리면 몇 가지 술을 맛보고 원하는 것을 골라 살 수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나파 지방에서는 모든 것이 비즈니스를 위한 것처럼 돌아가는데 보르도 지방은 순박한 시골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래된 육중한 집이나 샤또이니 거기서 풍기는 아름다움이 달랐습니다. 특히 샤또 베이셔벨은 둥근 탑이 여러 개 있고 돌로 지은 그 샤또 자체도 아름답거니와 그 주위의 꽃이나 철문도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점원과 대화를 나누며 술맛을 보았습니다. 맛이 뛰어난 것은 값이 꽤 나갔습니다. 우리는 비싼 것과 좀 덜한 것을 섞어 몇 병을 샀습니다. 옛날 배가 그려진 상표는 너무나 예술적이었습니다.
별로 크지 않고 아담한 샤또 뽀미(Pomey)를 보았을 때 우리는 둘다 홀딱했지요. 남편이 다짜고짜 팔 마음이 없느냐고 묻기도 하였습니다. 복덕방을 찾아가 내놓은 샤또를 수도 없이 보러 다녔습니다. 이 샤또를 사면 어떻게 개조를 해서 밥 벌이를 할수 있을까, 저 샤또의 좋은 점은 이렇고 저렇고를 놓고 수 많은 샤또나 촌가를 우리끼리 샀다 말았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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