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라디오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서거 소식이 전해졌다. 뜻밖의 뉴스에 놀란 나는 즉시 매일 마다 미사를 봉헌하는 소 성당에 가서 김 추기경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바쳤다.
그 분은 사제로, 주교로, 추기경으로서 평생을 주님의 영광만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신 신앙의 참 증인이다. 내가 김 추기경을 처음으로 뵙게 된 것은 신학대학교 학생 시절 때였다. 당시 김 신부는 대구 대교구 사제로 가톨릭 신문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가 1966년 마산교구 제2대 주교가 된 후 처음으로 광주 가톨릭 신학 대학교를 방문했다.
김수환 주교의 훈화내용은 그간 찾아온 주교들의 훈화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말씀이었다. 성지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루르드에 김 주교가 가셨다. 주교가 머물렀던 수도원의 규정은 수도원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든 성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 시간 이상 반드시 해야 한다. 김 주교도 성체 앞에서 기도를 한다고 무릎을 꿇고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온갖 잡념 속에 헤매다가 정신을 차려 시간을 보니 벌써 50분 이상이 지났다. 실제 기도한 시간은 한 시간이 아니고 단지 5분에 불과 했다. 기도와 묵상이 이렇게 어렵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올바른 기도와 묵상을 시도하라는 말씀으로 훈화가 끝났다.
정직하고 용기 있는 김 주교의 신앙고백을 들은 학생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추기경의 평생생활신조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이었다. “더 가난해야하고 더 사랑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의와 사랑에 한평생을 바친 삶이였다. 김 추기경은 소외된 이웃의 벗이었고 장애인과 사형수를 거리낌 없이 방문하며 강제철거로 거리에 나앉은 빈민들, 저소득 노동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여생을 바쳤다. 김 추기경은 평생토록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실천하신 20세기가 낳은 진정한 사도였다.
정광영.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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