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소재로 한 영화 ‘슬럼도그 밀리어네어’라는 영화가 좋다고 해서 한번 보았다. 인도에서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든다고 하기에 비디오를 몇 편 빌려보았다. 모두가 시골의 한 어린 남녀가 사랑했는데 여인이 도시의 부자에 팔려가고 남자는 도시에 쫓아가서 어느 정도 성공해서 재회를 하는데 눈물 속에서 만났으나 재결합이 못되어 눈물로 헤어지는 정도다. 거기에 춤과 노래는 시도 때도 없이 집어넣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영화를 1,000편씩이나 찍어대는지 모르겠다.
유대인에게는 종교가 있고 희랍인들에게는 철학이 있다고 했지만 인도인들은 종교도 있고 철학도 가지고 있다. 또 세계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2x2=4하면서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 동안 인도 어린이들은 12x12=144하면서 12단을 넘어 24단까지 외운다 한다. 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도사회가 카스트라는 계급계층을 만들고 몇 천년동안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궁금하다.
그러한 호기심으로 거의 20여 년 전 밤늦게 뉴델리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입국절차를 끝내고 공항 청사를 들어서는 순간 청사를 거의 메울 정도의 노숙자들이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진정 놀란 것은 뉴델리에서가 아니라 구 델리의 재래시장에서였다. 극도의 무질서, 혼란 속에서 무엇이 엉키며 흐르고 있었고 그곳에서 장사하는 사람, 손님들은 말할 것도 없이 거지까지도 모두 깊고 평온한 검은 눈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거지의 눈빛이 당당하기도 했다. “거지라는 나의 존재가 있으므로 적선을 하는 너의 존재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듯 했다.
지금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탐욕’이라는 마약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한때 교묘하고 음흉하게 ‘체념’을 가르쳤다고 인도의 지배계층을 나쁜 놈들이라고 매도할 때도 있었으나 이제 어찌 보면 오늘의 세계 경제 위기의 한 출구인지도 모르겠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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