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기름과 마늘을 많이 넣은 구운 토마토
야, 저 돌집 빈집 같은데 우리가 멋지게 해조 할수 있을테니 한번 보자하고 다 허물어진 담을 넘어가다가 불쑥 나오는 주인과 마주친 일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집 한쪽이 허물어져 가면 그 쪽은 딱 문 닫아 놓고 다른 쪽에서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독일 사람들 같으면 금방 수리하고 반들반들하게 닦고 살 텐데요. 바로 옆나라인데 국민성이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 재미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파비용 더 마고(Pavillon de Margaux)는 포도밭 옆에 자리잡고 있는 아주 조그마한 여관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나이브 페인팅(어린이들 그림 같은 스타일)에 나오는 한폭의 그림 같은 집. 소꼽장난하기에 어울리는 집이었습니다. 포도밭을 접하고 있는 테라스에 앉아 저녁노을을 보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음식을 썩 잘 만들었습니다. 음식 자체도 좋았지만 후식을 담아 온 접시가 너무 멋이 있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먹을 생각을 않고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술에 찜을 한 배 위에 녹은 초콜릿을 뿌려 흘러내리게 한 것이 무척이나 화려해 보였습니다. 한 동안 그 접시를 살 생각까지 했었지만 우리 집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접어 두었습니다. 그런 것을 쓰려면 드디어 샤또나 대저택을 사야 할 판이었습니다.
라유가에 소속된 3헥타르의 포도밭을 돌아보았습니다. 보르도 술을 생산 한다는 것에 대해 남편은 무척 흥분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농부가 되어 봐? 주인의 마당에는 헬리콥터가 내릴 수 있는 시멘트 바닥도 있었고 한 대의 헬리콥터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낙하산 시험장에서 헬리콥터로 학생들을 실어 오르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남편도 비행에 관심이 많아 수업을 여러 번 받았기 때문
에 그것을 보고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마침 그 때가 남편의 생일 때라 무엇을 선물로 할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라유가 주인에게 30-40분 정도 헬리콥터를 타고 그 보르도 지방을 비행 하는 것이 아주 적격일 것 같았습니다.
생일날 아침 식사 때에 집에서 만든 카드에다가 ‘헬리콥터 라이드’ 라고 적어 놓았더니 너무 좋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모험을 별로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지만 선물로 그런 것을 주었으니 함께 타야 했습니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귀를 덮도록 두툼한 막이가 붙은 것을 머리에 걸치도록 하였습니다. 정말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많은 포도밭, 그 사이에 있는 샤또를 위에서 전체적으로 내려다 보는 것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우리는 야, 이 샤또를 봐라, 저기 저 집을 봐라 하며 서로 쿡쿡 찌르며 신이 나게 구경하였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나서 그 주인은 자기네가 살고 있는 별채를 보여 주었습니다. 차고 안에는 대여섯 대의 옛날 차가 놓여 있었습니다. 옛날 차이기는 하지만 모두 잘 보존되어 있어 거의 새 차처럼 반들거리고 있었고, 비싸기로 유명한 벤틀리(영국산)도 있었습니다.
어머나, 당신하고 어쩌면 그렇게 비슷해 하며 저는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남편도 자동차를 좋아해서 짚 차를 비롯해서 롤스로이스와 빠르기로 유명한 포쉐를 갖고 있었으니까요. 반면에 저는 비싸지도 않고 그저 잘 굴러가고 뒷자리를 접으면 많은 것을 실을 수 있는 국산 현대 자동차, 엑셀을 몰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고등학교 동창이 와서 저를 보고, 얘, 너는 애국자구나 라고 하더라구요. 그 샤또의 주인이나 남편이나 둘이다 활발한 성격에다가 비행기, 자동차 같은 장난감에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둘이다 뻐기기 좋아하는 성격. 거기다가 그의 처도 동양 여자. 상해에서 태어난 중국 여자 (혼혈아였던 것으로 기억함)였으니까요.
이곳 저곳을 돌아보면서도 일주일에 몇 번씩 남편은 샤또 라유가의 레스토랑에서 폼나게 손님 접대를 하였고 저는 주방에서 쉐프 일을 거들었습니다. 고급 요리를 서브하였고 주로 돈 있는 독일 사람들이 드나들었습니다. 감자 크로켓에 쓸 그 감자 익힐 때에 그냥 맹물에 익히지 않고 고기 뼈와 부스러기 살점을 넣고 끓이는 것을 거기서 보았습니다. 당연히 맛이 배어 다르더군요. 손님에게 파는 고기가 모자랄 때에 얼은 고기를 꺼내어 철판에 지지면서 손님이 절대 모른다고 맹세를 하였습니다. 저는 지지 않고 그 질감이 쪼끔 다르다고 맹세를 하였구요.
저는 거기 있는 동안 일을 좀 배우고 싶었지 만약 우리가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털어 사더라도 주방일을 맡아서 할 마음은 없었습니다. 쌩 고생을 하여 팍 늙으면 남편은 고마워 할 사람도 아니고 저도 제 나이에 그런 고생 할 마음 전혀 없었구요. 만약 주방장이 무슨 일에 화가 나서 하루 아침에 일을 그만 둔다면 이 낮선 곳에 와서 그런 일을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딸리는 프랑스어로 모든 일을 처리 할수 있을까 하는 것도 염려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는 좀 긍정적이었습니다. 땀을 흘리며 포도 재배하는 공상을 하였고 거기서 나오는 술을 어떻게 처리 할지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을 끝도 없이 의논 하면서 남편은 종이에 돈 계산을 깨알 같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이런 시골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 줄지 모르니 고립될지 모를 생활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골프장은 차로 50분이나 걸리니 얼마나 자주 갈 수 있을지 모르고 보르도 (Bordeaux)시는 한시
간이 더 걸리니.
새로운 곳에서 한 여름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보냈지만 결국 우리는 아직 마음 결정을 못하였습니다. 시작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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