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상담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한다. 때로는 많은 이슈를 가지고 있던 아동이, 그것들을 넘어서고 건강해져가는 기분 좋은 모습을 보기도 하고, 아이를 어찌 할 줄 몰라서 쩔쩔매던 부모가 조금씩 아이를 잘 양육해 나가는 흐뭇한 모습을 볼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치료의 효과가 더딘데다가, 그나마도 지속적인 만남도 갖기 힘들어서 결국은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험도 많다.
가장 안타까운 점 중에 하나는 부모가 아이의 어려움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문제’로 취급하는 경우이다. 아동 상담의 경우는 부모의 협조가 너무나 절실하다. 사실 부모가 얼마만큼 치료자와 한 마음으로 치료과정에 개입하느냐에 따라 그 상담의 승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님과 처음 아동에 대해 면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방어’다.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 편에서는 “내가 잘못 키웠다”라는 비난을 받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자가 이런저런 아동의 현재 문제점을 언급하면 다른 아이들도 그렇다거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라는 식으로 일반화를 시켜버리거나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부분들이 맞다고 부모가 아이를 상담자에게 맡겨버리고 치료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아동의 치료는 행복한 결말을 보기가 힘들다. 치료자들은 부모를 탓할 마음이 없다. 부모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고 그것이 실수라고 깨닫지도 못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살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는 사랑과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격려하는 문화가 아닌 까닭에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이런 면에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치료자들은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있기에 아이와 부모의 어려움을 함께 돕고자 한다. 그런데 이러한 도움을 부담스러워하고 책임감을 갖지 않고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하면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자신의 아이임을 부모는 알아야 할 것이다.
임수진/ 뉴욕가정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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