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한국야구팀이 우승 자리를 내준 다음날 맥이 빠져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밖에는 큰 나무 작은 나무 할 것 없이 꽃망울을 맺고, 굳은 흙더미 속에 가냘픈 꽃들이 흙을 뚫어 제치고 줄기를 키워서 벌써 하얀 꽃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어려운 국가 살림과 경제의 혼란은 국민의 살림을 쪼들리게 할 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허탈감과 자괴감을 부추긴다. 실제로 직장을 잃고 가정마다 가계부를 줄이고 지출을 없애려고 애를 쓴다. 미국, 한국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허덕인다. 그래서 무엇인가 기쁨과 희망이 될 것을 찾아야 했다.
김연아의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 우승은 바로 이런 희망이 되어 주었다. 김연아는 예전에 보았던 때보다 훨씬 성숙하고 우아해 보였다. 솟프로그램에서 단정한 머리에 검정색 옷은 김 양을 더욱 정숙하고 세련되게 보이게 했다. 소개된 음악 생상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는 김양의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꼭 알맞은 곡 같기도 했다.
다음날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엉덩방아를 찧은 경쟁자 마오 아사다의 뒤를 이어 겸손한듯하지만 신념을 보이는 엷은 웃음을 뛰고 빙판 위에 섰다. 그녀의 모습은 붉은 옷에 싸여 더욱 환하고 크게 보였다. 환상적인 율동은 관중들의 환호 속에 김연아를 은반의 요정에서 여왕으로 만들고 있었다.
시상식장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금메달을 잡고 있던 손을 오른 가슴에 올렸다. 반짝이는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래도 반짝이는 눈물은 뺨을 타고 하염없이 내렸다. 마치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희망을 이룰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라고 입안으로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김연아에게 말하고 싶었다. “희망을 다시 심어줘 고맙습니다” 라고.
양민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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