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좌석이 많은 시내버스를 탔다. 한 미국인 노부부가 나보다 앞서 버스에 올랐다. 할머니는 내 건너편 좌석에 앉으셨는데 할아버지는 자리에 앉지 않고 몸을 의지 하셨던 지팡이를 좌석 옆에 세워 놓은 채 외투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셨다. 그러자 할머니는 자기 옆의 빈 좌석을 눈으로 가리키면서 “여기 앉으면 되는데” 하셨다.
“알고 있어.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 우선 여기 물 좀 닦고. 그래야 누군가가 모르고 덥석 앉았다가 옷을 적시는 일이 없지.” 할아버지의 이러한 말씀을 들으면서 보니 좌석 한곳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누군가 물을 엎질러 놓고 그냥 떠났는가 본데 불편한 몸으로 물을 닦아 내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존경스러워서 가슴 속이 아주 훈훈해졌다.
남을 위하여 무조건으로 행하는 선한 일들은 크고 작은 것과 상관없이 모두가 세상을 한결 더 밝고 따스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할아버지를 향한 가슴속의 감동스러움으로 할머니를 향해 “아주 훌륭하신 분이시군요” 하였다. “네 맞아요, 저 사람은 항상 저래요.”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신 할머니께서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시는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조성숙/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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