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딸들이 생일 선물로 받은 것들과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장난감 속에 끼어 들어온 것 까지 해서 대략 10개의 바비 인형들이 있다. 인종별로도 다양하고 심지어 남자와 인어까지 구색을 제대로 갖췄다. 이 녀석들은 한 때 딸들의 총애를 받아서 놀 때나 목욕할 때나 언제나 함께 했는데 그 것도 때가 있는 지 요즘은 고양이 인형에 푹 빠져 나 몰라라 내팽개쳐 진지 오래됐다.
어린 시절 내게도 바비 인형이 있었다. 오랫동안 엄마를 졸라 어렵게 얻은 바비 인형에 옷을 해 입히고 놀 때도 잘 때도 항상 함께했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채 한 달이 못 되어 내 바비 인형을 잃어버렸다. 그 때의 상심이 얼마나 컸던 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남편은 애들이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은 정리하라고 하지만 좀처럼 바비 인형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비 인형들이 내 어릴 적 기억 속에서는 꽤 귀중했기 때문이다. 우리 딸들은 아마도 이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바라고 애쓰고 기다리고 그런 과정 없이 너무도 쉽게들 손에 쥐는 것들이 많은 풍요의 세대는 많은 것들을 간직하기 보다는 쓰다 버리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세대 속에서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고 오래 간직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나는 우리 딸들에게 어린 시절 바비 인형을 가졌던 나처럼 간절히 바라고 오래 기다려서 얻는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싶다.
김현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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