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는 거의 단 하루도 핸드폰 없이 외출을 해본 적이 없는 듯 싶다. 어쩌다가 외출하면서 핸드폰을 잊었을 경우에는 설령 약속시간에 늦게 되더라도 가던 발길을 돌려 다시 핸드폰을 가지러 돌아가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 나였기에 미국 와서도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핸드폰 개통이었다. 그야말로 연락 올 곳이라고는 없는데도 개통한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는 집에서건 밖에서건 몸에서 떼질 않았다. 그런데 이 핸드폰이 남겨야 할 연락처에만 사용되고 그 본연의 걸고 받는 일에는 좀처럼 쓰이질 않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는 가족도 없고 가까운 지인 몇 명뿐이니 한국에서처럼 전화로 수다 떨 일도 없고 즐겨 하던 문자 보내기도 익숙지 않은 영어 탓에 멀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점점 걸고 받을 일이 줄어드니 핸드폰도 내게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렸다.
핸드폰을 넣어야 하기에 가까운 곳 외출할 때는 작은 가방이라도 메야 했고 집 앞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서도 손엔 핸드폰을 쥐고 나갔었는데, 이젠 이런 여러 가지의 낯설음으로 인해 내 손에서 핸드폰이 사라진지 꽤 되었다.
두 손만 가벼워진 것이 아니다. 마음까지 훨훨 날아갈 듯 가볍다. 비단 핸드폰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를 얽어매 힘들게 만드는 주변을 한번쯤 둘러보고 과감히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는 결단도 필요한 듯싶다.
박선영/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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