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 갈수록 나이 값을 어떻게 해야 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어느 모임이나 종교단체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세상살이를 알 만큼 알아서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고 곧잘 말들을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들이 과연 마음을 어느 정도, 어느 선에서 비웠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언젠가 한국에 갔을 때 서울 중심가인 파고다 공원이나 종묘 근교에 할아버지들이 우르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서울 비둘기’라고 했는데 요사이 서울에 가보니 비둘기가 아니라 아예 거리에 자리 잡고 사는 홈리스들 같았다.
거리마다 또는 전철 층계에 줄줄이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고 아무리 교통수단이 공짜라도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낄 정도의 교육과 생활수준이 높아졌는데 웬 거리의 천사들인가 싶었다.
분명 그들도 나름대로 사연은 있겠지만 무료해고 답답해서 거리에 나와 앉았다면 너무 자신만 생각하는 일종의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정을 찾거나 가까운 동료들과 어울리며 무언가 배우거나 소일거리를 찾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었다.
언젠가 중국 여행에서 한 후덕해 보이는 할머니가 앞에 나와 “이번 여행길에 나이를 먹은 저희들이 참여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할머니 일행은 여행 내내 다른 여행객들보다 훨씬 바지런하고 전체 규율을 잘 따라 주어 모두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제대로 나이 값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김민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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