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설치작가 임충섭씨가 북경의 ‘창(Chang) 아트 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5월 9일부터 6월 6일까지 개최한다. 뉴욕의 1세대 한인 화가중에 현대미술의 핫 스팟인 북경, 그중에서도 중국의 첼시로 불리는 아트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대형 갤러리에 초대받은 첫 번째 작가가 되는 셈이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무형실의 조형성을 주제로 한 직조 설치물을 전시하며 갤러리측은 천정과 바닥에 구름 등의 특수 효과를 가미해 일종의 퍼포먼스 형식으로 전시를 진행하게 된다. 임 작가는 “실이라는 소재는 그 담긴 말과 조형성이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상징한다”며 “ 미니멀적이고 컨셉츄얼한 직조 행위를 통해 한민족의 문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에게 한 가닥의 실은 점토 한 덩이에 해당된다. 흙이 쌓여가며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이 단순히 하나의 형상이 이루어지는 과정 이상의 의미가 있듯이 직조 행위는 단순히 천이 만들어 지는 것을 넘어 ‘사이’를 메꿔주는 과정이 된다. 그 사이는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명,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이다. 임충섭 작가는 “중국 현대 화가들의 작품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팔리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 미술은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궁무진한 문화적 자산을 서양 딜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상업적인 용도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것. 현대 문명과 동양 정신을 오랜 주제로 다뤄온 작가에게 그래서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서양인들에게는 오리엔탈 문화 그 자체인 중국의 수도에서, 그들의 기준으로는 ‘변방’인 한국 출신의 작가가 ‘동양적인 정서의 실체가 무엇이냐’고 당당히 묻는 장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참고로 작가는 실제로 실을 잘 만지고 바느질을 아주 잘한다. 워낙 손재주는 타고 났다고 한다.
다루는 재료로 다양하지만 스킬이 뛰어나기 때문에 작가는 오히려 평론가가 작품의 기술적인 면(craft)에 대해 칭찬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디테일에 초점이 맞춰지면 컨셉과 주제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은 현재 메트뮤지엄, 스미소니언 허쉬혼 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이태리의 그래픽 미술관, 오슬로의 헤니 온슈타드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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