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스트릿지에 세 사람의 정치인 이야기가 각각 다른 기사로 실렸다. 세 사람을 비교하는 기사는 아니었으나 근래 우리의 시선을 집중케 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첫 기사는 그동안 미국 정계를 떠들석하게 한 테드 스티븐스 연방상원에 관한 것이었고 몇면 뒤에 폐루의 전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 그리고 바로 그 뒷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사가 실렸다.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처음 두 사람은 흑백 사진인데 비해 노 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한 컬러 사진이 실린 점이었다.
알래스카 출신 스티븐스 상원의원은 1,500여달러를 받은 혐의로 FBI의 조사도 받고 급기야는 검찰에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경위는 다음과 같다. 알래스카에 있는 그의 개인집 수리를 잘 아는 건축업자에 의뢰했다. 스티븐스 의원은 의례 그의 부인이 대금을 지불했으려니 하고 워싱턴에서 의정 활동에 몰두하고 있었다.
고의적으로 지불 하지 않은 게 아니었는데 뇌물혐의로 조사받게 됐다. 기록에 의하면 그 건축업자가 후에 진술을 번복했으나 검찰은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스티븐스 의원을 구속 했다. 판사로부터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날만 기다리던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후 재수사를 거친 후 무죄로 풀려났다. 이제 무혐의가 됐지만 상원 직을 잃은 다음이다. 한참 조사를 받을 때 출마하여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후보에 패배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가 하면 낙후된 남미 페루의 경제를 살린 농업경제 학자 출신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직 대통령은 재임당시 정적을 탄압했다고 법원에서 25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비밀경찰 총수가 야당지도자를 살해했다는 혐의와 함께 비리 의혹도 받고 있지만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몇 백만달러를 받은 증거는 없는가 보다.
일본인 2세인 그는 학자로 늦게 정치에 입문하여 페루의 경제 개발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당시 탄압 당했던 정적들은 이번 법원 판결을 환영 했지만 아직도 후지모리 박사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구명운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같은 날 월스트릿의 세 번째 기사는 1980년대 말 이후 한국대통령들 가운데 뇌물수수로 부터 가장 자유스럽다고 공언한 바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는다는 내용을 자세히 전하고 그의 궁색한 변명도 곁들여 보도했다.
이 세 사람을 비교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한 1,500여달러 상당의 뇌물 때문에 구속된 알래스카 상원의원은 그것으로 50여년 정치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보다 여러모로 뒤떨어진 후진국 대통령도 야당을 탄압했다고 25년 형을 언도 받았지만 수뢰혐의는 아직 발견 못했단다. 한국의 정치야말로 ‘바나나 리퍼블릭’이라고 불리던 남미보다 못하다고 누가 말한다면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까 고민도 된다.
어떤 대만 친구가 근래 뉴스를 보고 대통령을 번번이 구속하는 한국 사람들의 용기가 부럽다고 이야기할 때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매일 본국지에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사를 보며 착잡한 마음 달래기가 어렵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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