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으로 에비앙에 왔을 때 우리는 그 유명한 몽불랑(Mont Blanc)을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알프스 산에 뭐 몽블랑만 하나 오뚝 솟아있는 게 아니구요 이름이 다른 산봉우리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알프스 산맥이 프랑스의 남단에서부터 시작하여 약간 위쪽으로 올라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영토의 거의 대부분을 덮고 이탈리아 북부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그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이 몽블랑이지요. 그것은 단순히 흰 산이라는 뜻인데 프랑스 말로 몽불랑이라고 부르면 참 멋있게 들리지요? 그러니 그 넓은 알프스를 다니자면 경치좋은 곳이 부지기수입니다. 다니고 다녀도 다 볼 수가 없습니다.
몽불랑 바로 아래에 있는 산 마을 샤모니(Chamonix)는 손바닥만한 에비앙에 비해 상당히 크면서도 아담한 곳입니다. 사시사철 세계 방방곡곡에서 모인 관광객이 들끓는 곳입니다. 한 여름에
도 그 위에 올라가면 눈이 덮혀 있거든요. 샤모니에서 보면 사실 산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요 샤모니 자체가 한 20분 쯤 경사진 길을 올라가서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거기서 산꼭대기를 바라보며 과연 4000미터가 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아이
스 스케이트장이 있는가하면 또 거기 있는 골프장은 뭐 한국의 골프장에 비하면 엉성해 보일지 모르지만 한 여름에 반소매를 입고 치면서 눈 덮힌 산을 보는 경치가 그만입니다.
우리는 물론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에귀드미디(Aguille de Midi-3882m) 봉에 올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는 옆쪽으로 케이블카가 이어져서 스위스까지 갔다 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눈 덮힌 산 경치를 맘껏 구경할 자세를 차렸습니다. 너무 높아서 우선 중간쯤까지 올라가서 갈아타고 위까지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케이블카는 괜찮았는데 두 번째는 좀 아슬아슬 하였습니다. 고지대에 갑자기 올라가면 몸이 금방 적응을 하지 못하니 빨리 움직이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천천히 그 꼭대기의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좀 아찔하고 속이 울렁거리더군요. 한 쪽은 좀 나즈막한 푸른 산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뒤 쪽은 여름인데도 하얗게 눈 덮힌 높은 산이 겹겹이 멀리 까지 쌓여있고...
아니 그런데, 저기 멀리 보이는 저 쪼끄맣게 움직이는 것이 산을 타는 사람들이잖아요! 한 두 명도 아니고 이산 저산을 다 훑어보니 꽤 여러 명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요 그런 산을 올라가려면 아침에 올라가야지 오후에는 해 빛으로 눈이 녹아 미끌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였습니다.
그 눈 덮힌 산 경치는 정말 볼만한 장관이었습니다. 하늘에 붕 떠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난간에 눈을 감고 기대어 있었습니다. 촌스럽게 배를 타면 배 멀미, 산에 가면 산멀미(?)를 하다니! 창피하게스리.. 저는 속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썼습니다. 저 외에도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구경하고 나서 남편이 안내 할 곳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전망대를 돌아서 다른 쪽으로 가서 조그마한 레스토랑에 들어섰습니다. 이 산 꼭대기에 이런 레스토랑이 있다니! 저는 깜짝 놀랬습니다. 이 레스토랑 얘기를 듣고 저 몰래 자기가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고 하였습니다. 남편이 가끔 그런 일을 잘 꾸며 놓고 저를 놀라게 합니다. 그 레스토랑을 보고 과연 음식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창밖으로는 눈이 덮힌 멋진 산 경치가 보였습니다. 아직도 속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해서 그런 곳에 데리고 와 준 것이 고마워서 저는 애써 참았습니다.
콜라를 마시고 속을 진정 시킨 후에 저는 양고기 찜(Navarin d’Agnau-나바랑다뇨)을 시켰습니다. 부드러운 폴렌타(Polenta-옥수수로 죽처럼 만든 요리)위에 푸욱 무르게 익힌 양고기가 얹혀 나오고 붉으면서도 거므스름한 소스가 흘려져 나왔습니다. 따끈한 김이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통 폴렌타를 좀 단단하게 만들어 떡처럼 썰어서 프라이팬에 지지기를 잘하는데 그렇게 부드럽게 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부드럽게 물러진 양고기를 소스와 함께 아주 맛이 있게 먹었습니다. 미리 해 놓았다가 데워낼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후에 여러 번 실수를 거듭해서 알게 된 것인데요, 잘 무르게 익혔어도 한번 식은 것을 서브하려면 다시 한 번 푸욱 끓여서 무르게 해야 되더군요. 그 때 그냥 데우기만 하면 덜 무르고 단단한 고기를 서브하게 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는 멀리서 손님이 찾아오면 꼭 몽블랑으로 안내를 하였습니다.
사실 사철 눈이 덮혀 있는 그 멋진 풍경이 너무나 볼만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달 밤에 눈에 반사되는 그 빛은 신비스러울 만큼 아름답습니다. 가던 발길을 멈추고 숨 소리도 없이 한동안 쳐다보게 됩니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각도가 다르게 여러 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스키를 타고 눈가루를 날리며 나르듯이 내려오는 사람들의 사진은 말 할 수도 없구요. 산을 좋아 하시면 꼬옥 한번 찾아가 보도록 하셔요.
눈덮힌 알프스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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