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뉴욕 상영 목표 한인 지원.관심 당부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김재범씨가 9년 6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한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게토’의 뉴욕 상영을 위해 동포들의 지원과 관심을 바라고 있다.
‘아름다운 게토’는 일본 교토부 재일조선인 마을 우토로의 역사와 운동과정을 담은 작품. 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제에 강제 징집된 후, 일본이 패망했지만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60여 년간 그곳에 모여 살고 있는 조선인들의 1999년부터 2008년까지의 삶을 다룬 10년간의 투쟁의 기록이다.
다큐멘터리 하나를 제작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적지 않다. 본질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정해진 시나리오가 없기 때문에 결말을 알 수 없이 시작하게 된다. 찍어가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동안 전혀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촬영한 테입이 수백개씩 쌓이더라도 감독이 원했던 그림이 완성되지 않으면 하염없이 더 기다려야 한다. 최근 화제가 됐던 ‘워낭소리’나, 조선인 3세 학교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 학교’, 흑인 빈민가의 소년이 농구 선수로의 꿈을 키워가는 미국 영화‘훕 드림’ 등도 감독의 끈기와 인내 없이는 완성될 수 없었던 작품들이다.
42세의 김재범 감독은 그런 면을 감안하더라도 참 지독하고 대책 없이 미련하게 다큐멘터리 작업을 벌인 전형적인 독립영화인이다. 태평양전쟁 중이던 1941년, 일제는 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2천여 명의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왔다. 일본의 패전과 함께 공사는 끝났지만 1300여 명의 조선인은 방치됐다. 말 그대로 풀과 나무, 그리고 흙을 모아 하늘을 겨우 가리고 살았다. 그 조선인들의 동네가 바로 우지시 이세다초 우토로 51번지다. 군수기업체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닛산자동차가 그 땅을 서일본식산에 팔면서 재개발사업이 추진됐다. 1989년 우토로 주민들에게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긴긴 법정투쟁이 벌어졌지만,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주민들은 최종 패소했다.
김 감독은 패소 직전인 99년 6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조선인 징용자 마을의 비극적 최후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게 9년을 넘겼다. 그동안 김 감독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서울 대학로 주점에서 돈을 모아 경비를 마련했다. 1년에 한두 차례 우토로를 찾아 일주일 이상 머물렀다. 30~60분 분량의 촬영 테이프만 250개에 이른다. ‘워낭소리’가 흥행기적을 만들어냈지만 김 감독은 같은 기적을 바라진 않는다. 내년 2월 초까지 전국을 다니며 ‘공동체 상영 방식’의 시사회를 할 생각이다. “이 다큐를 완성하기까지 발로 걸어온 게 아니라, 무릎으로 기어서 온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
건” 가서 영화를 보여줄 생각이다. 한인 동포들이 이 작품을 ‘원한다면’ 뉴욕도 상영지가 될 수 있다.
뉴욕에 있는 지인이 비행기표만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김 감독은 기뻐했다. 아직 정확한 일정과 상영 장소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6월초 뉴욕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com
10년의 시간을 들여 ‘아름다운 게토’를 완성한 김재범 다큐멘터리 감독이 한국의 시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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