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국희씨가 첫 시집 ‘맨살나무 숲에서’(창조문학사)를 냈다.
시인의 삶 켜켜이에 쌓인 사랑과 이별, 분노와 슬픔과 아픔, 그리움과 외로움이 맨살처럼 드러나 있는 시집이다. 그녀는 서문에서 “한 몇 년은 시에 미쳤다. 아침을 달릴 때도, 가게에 앉아서도 시만 생각했다. 잠 속에서 시를 써놓고 낭송하다 내 소리에 놀라 깨어 꿈 속 시를 그대로 옮겨 놓은 적도 있다”고 했는데 그처럼 그녀의 존재 전체로부터 울려나오는 소리들을 타고난 끼와 열정을 통해 시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시인 문인귀씨는 ‘울음의 미학’이라는 시평에서 “정국희 시인이 가지고 있는 아픔의 요소는 그의 시 바탕이 되고 있는 애애절절한 슬픔의 모티브인 체증으로 남아있는 슬픈 ‘이름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 같지만 그 아픔은 ‘나’ 하나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인간 본질적인 것임을 말하고 있다”며 그녀의 시는 소재가 사물보다 사건에서 많이 얻어지고 있으며 사건을 해학적이고 희화적인 표현으로 다루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2008년 본보 문예공모에서 입상한 정 시인은 창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미주시문학 회원, 시와 사람들 동인, 미주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맨살나무 숲에서’의 출판기념회는 29일 오후 6시30분 J J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다.
내 자석이 묵을 음식
해찰 없이 얼른 가라고
비뚤비뚤 눌러 쓴 박스를 열자
항상 니가 걸린다며 내 쉰 한숨이
한 됫박 갯바람으로 퍼져 나온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가락도 없는 저음이
숨죽이고 있는 어둠 속
한 때 비늘 세운 것들의
눈초리를 모았음직한
김, 파래, 멸치, 미역이
줄어든 몸으로 앉았다가
기지개를 편다
내 새끼!
몸 성히 잘 있었냐고 …
얼마나 살기가 힘드냐고 …
-‘소포 1’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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