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거터 위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 창을 통해 둥지에 알을 품은 새를 바라본다.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어미새의 반짝이는 눈과 마주쳤다. 꼼짝도 않는다. 아침에도 새를 보고 저녁에도 새를 보았다. 비가 억수로 퍼붓고 천둥이 쳐도 모습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3일간 타주 여행 중에도 저 갈색 새의 생각에 잠겼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창가로 달려갔다. 둥지에 새가 보이지 않았다. 하얀 살을 드러낸 작은 새 한마리가 둥지에 누워있다. 얼굴을 파묻은 채로. 그 후론 어미새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이 작은 새 한 마리의 죽음이 한없는 슬픔과 안쓰러움을 가져다준다.
35세의 전자제품 구매담당자가 오빠와 함께 외래진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까만 머리에 백짓장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여인은 말이 없다. 머리를 떨구고 있었다. 오빠는 그 여인이 실수로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혀서 은둔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을 적극 권유 했는데 오빠는 이를 마다하고 동생을 밀다시피 해서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며칠 후에 오빠가 전화로 후회의 말을 전해왔다. 그리고 동생이 회사건물 7층에서 뛰어 내렸다고 울먹였다. 다음날 그녀를 기리기 위한 고별 미사는 그 큰 성당에 머리 숙인 조객으로 가득 찼다. 미사는 조사없이 침묵으로 이어졌다.
매일같이 3, 4명의 청소년과 소녀들이 팔과 다리 등 몸에 자해를 하고 소아 병동에 입원한다. 대부분은 칼과 면도날로 몸에 상처를 내는 아픔이, 삶에서 받는 고통을 훨씬 쉽게 덜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거미줄같이 살짝 낸 흔적으로부터 동맥을 다칠 만큼 깊은 상처를 가한다. 모두가 친부모, 양부모, 두 번째 부모들로부터, 이 가여운 청소년들은 정신적, 육체적, 성적 학대를 받거나,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 또 약물복용을 하거나 술에 만취되어서 등등으로 자기 몸을 상해하지만 이런 정신적 피해증상은 우울증, 조울증 등의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이들은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병원을 떠나간다.
새벽같이 누군가가 집에 전화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알려왔다. 충격적이다. 긴박하게 한국 뉴스는 상세한 비보를 계속 전해온다. 노 대통령의 굴절 많은 투쟁과 고뇌의 삶을 조명해주고 있다. 애도와 더불어 조국의 대통령 한분의 서거가 아깝고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마치 고향에 남겨 논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슬픔처럼 깊은 상처를 마음에 남기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시간을 버셨다면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 이웃과 국민에게 앞으로도 더욱 큰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을 터인데. 슬픔만이 더욱 커진다.
타코마 공군기지에는 매일같이 거대한 수송기가 수십 명의 젊은 병사들을 전쟁터에서 실어온다. 성조기에 덮여 온 그들은 말이 없다. 왜, 어떻게 삶을 살았는지 침묵하고 있다. 곧 사랑하는 부모, 아내, 남편, 자녀들에게 보내질 것이다. 호화스러움도, 낭만도, 위대함도, 직위도, 명예도 없이 차가운 땅에 묻혀 사라져가는 것이다. 조국을 위해 고귀한 삶을 바쳤음에도. 삶이 우리를 속이고 파괴할지라도 그 여정을 끊을 수 없다. 삶 그자체가 죽음을 이기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한숨의 삶이 다할 때까지 인내와 겸손과 사랑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