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 여름의 축제가 시작되고 있다. 교향악단과 오페라단의 정규시즌 프로그램이 끝나면, 색다른 자연과 별 빛 아래에서 축제가 벌어지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몰론 음악가들도 함께 음악의 진미에 취한다.
이태리 유학 시절에는 찰츠부르그 서머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등을 다니면서, 알프스 산맥을 넘고, 푸른 들판의 고성들을 지나고, 호수에 유유히 떠있는 백조와 인사도 나누며, 여름 음악제에서 학생으로서, 연주자로서, 그리고 관객으로서, 음악가들 및 관광객들과 함께 별빛 아래 대화로 웃음꽃을 날리곤 했었다.
여름 바람을 따라 나서는 나의 음악방랑은 십수년 전 박사 공부를 할 때도 잠잠하지를 않았다. 쌓이는 페이퍼들을 써 내느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학기 중간에도, 스케줄을 짜서, 가을부터 초봄까지 열리는 서머 뮤직 페스티벌들의 연주자 모집 오디션을 쫓아다녔다.
어떤 해는 두세 곳에서, 어떤 해는 겨우 딱 한 곳에서 오디션 합격통보가 오면, 내게 맞는 서머 페스티벌을 선택하여, 봄학기 내내 학교 공부를 하면서도 페스티벌 연주 레퍼터리를 준비하였다. 방학이 시작되면, 마지막으로 레퍼터리를 점검하면서 약 석달 간의 여행을 위해 짐을 꾸리는데, 그 때 쯤이면 음악제에서 비행기 티켓과 함께 머물 곳 등의 정보가 담긴 내 출연 스케줄이 날아온다.
그 석달 동안 원근 각지에서 날아온 연주자들과 처음 대면한 날부터 리허설, 지역사회 연주, 그리고 7~8회의 오페라 공연 등과 더불어 유명 지휘자를 비롯하여 연기 지도자, 음악코치, 언어 코치, 성악 교사들과의 매스터 클래스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석달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오페라 연주 중간에 날을 잡아 동료 출연자들과 그 지역 관광을 하기도 하고, 앤틱 샵을 찾아 옛 미국 사람들의 삶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리고 주위의 유명 뮤직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친구들을 방문하여 함께 음악인들 간의 흥겨운 시간도 즐겼다.
영 아티스트로서 참석하였던 여러 페스티벌 중에서도 1995년에 참가한 글리머글래스(Glimmerglass) 오페라 페스티벌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더울 때 옆 벽을 열어 밤하늘의 별도 보며 공연을 감상을 하도록 설계된 극장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 당시 나는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폴 번연’에서 ‘거위’ 역을 맡았었는데, 파일럿 가글을 쓰고 발레 슈즈를 신은 날개 달린 통통한 회색 거위로 분장한 나는 무대 위를 날아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사람들의 식탁 위에 누워 있게 되는 거위로서 인간과의 부딪침을 노래하였다. 그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역을 마친 나는, 팬레터도 받았고 다음해 여름을 기약하였다.
영 뮤지션들이 중견 오페라 가수들 및 기악 연주자들과 한 텐트에서 한 솥밥을 먹으며 오페라단의 생리를 배우는 이런 서머 페스티벌은, 미래를 꿈꾸는 후배가 선배의 경험을 전수받으며 자라는 곳인데, 또한 관객에게도 신선한 영 뮤지션들에서부터 무르익은 중견 연주자들의 음악까지를 접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가까운 도시들에서 벌어지는 뮤직 페스티벌을 찾아 선율 속에 쏟아지는 별들도 세어보고 별똥별을 주머니에 담아오면 어떨까?!
라디오서울 ‘김양희의 이브닝 클래식’ 진행
sopyh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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