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을 들고 데모하는 민주 노총원들 사진이 실렸다. 그 ‘민주’자가 무색하다. 또 다른 기사를 보니 이 세계적 불경기에 빨간 속옷을 입으면 행운이 온다는 말에 놀아난 사람들로 백화점 문이 메워졌다고 한다. 이런 철없는 사람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한국 대통령이 측은하다 못해 불쌍하다.
한참 촛불시위로 광화문이 연일 막힐 때 궁정동에 사는 내 친구는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가담한 어느 여인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해서 나왔느냐고 묻자 “그건 잘 모르고요. 촛불이 예뻐서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하더란다. 나라의 정치 경제를 몇 달씩이나 마비시키는 저 촛불이 예쁘게 보일까.
얼마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성적표가 각 신문에 나왔는데 ‘잘못한다’ ‘실망스럽다’는 대답이 많았다. 그래 자문해 볼 일이다. 대통령이 일 할 수 있게 밀어줬는가? 여당의원들도 야당의원들도 발 벗고 나서서 밀어준 사람은 없었다. 뜻있는 사람들은 속으로 걱정만 하였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트집 잡고 시비 걸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 오지 않았는가. 시세의 흐름이 이러했으니 천하장사도 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라가 잘 되려면 우선 여당이 바로 서야 한다. 박근혜씨는 경선에서 졌으면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친박 인사들을 일선에서 후퇴시켰어야 한다. 그리고 화끈하게 대통령을 밀어주었어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협력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오찬 때 주고받은 대화를 보면 대통령이 “당정 화합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하자 “그래야지요” 해야 할 자리에서 박근혜 씨는 “쟁점 법안은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나왔다.
나는 박근혜 씨의 정견을 들어본 일이 없다. 야속할 정도로 상대방의 계획을 깎아내리는 일에만 혈안이었다. 여당이 합심이 안 되는 것은 박근혜씨의 책임이 크다. 어느 신문에 “가족이 가장 많은 사람 됐어요” 하고 웃는 얼굴이 나왔는데 박근혜 씨는 물거품 같은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동생들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고작 세 사람의 형제를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라의 화목을 도모할 수가 있겠는가. 한 나라이건 하나의 조그마한 단체이건 미꾸라지처럼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은 큰 사람이 될 수 없다.
6.25때 우리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던 낙동강이 규조류에 뒤덮여 50cm 아래 바닥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강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민의 젖줄이다. 4대강의 정비는 그야말로 시급한 국가 지상 작업이다. 대통령이 이런 중차대한 일을 하겠다는데 웬 말이 그다지도 많은가.
가까이만 가도 구린내 나던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할 때 일부러 찾아간 나는 청계천 물을 한웅큼 떠서 애기 손 만지듯이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었다. 비가 쪼르르 와도 범람해서 속상해서 우는 사람들을 위해서, 아니 우리 온 한민족을 위해서 대통령이 하고 싶어 하는 훌륭한 사업, 4대강을 살리자.
송사리 떼가 헤엄치고 물풀 속에 비단새우가 노닐고 강기슭에는 사시사철 푸른 남새 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살찐 땅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협력하자. 그리고 소월의 시처럼 노래하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하고.
대통령이 일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정옥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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