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대표적인 아시안 영화 축제로 자리 잡은 ‘2009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NYAFF)’이 45편의 본선경쟁 장편들이 참여한 가운데 6월 19일부터 7월 5일까지 IFC 센터와 재팬소사이어티에서 열린다.
흔히 필름페스티벌이 상업성보다는 예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일반 관객보다는 시네필과
전문가들의 관심 행사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NYAFF는 2002년 출범 때부터 철저히 대중의 눈
높이에 맞춘 라인업을 제공해왔다. 또한 주최측인 ‘서브웨이시네마’가 한국영화광들이 다수 참여한 단체답게 여타의 아시안 영화제보다 한국 영화에 많은 비중을 두어온 것도 특징이다. 45편의 장편이 상영될 올해 역시 ‘핑크 파워’와 ‘도쿄 고어 나이트’ 등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의 에로틱 필름과 잔혹 영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고 한국우수단편전을 3년째 지속하고 있다.
* 한국 장편 극영화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품과자점 앤틱(Antique)’,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Breathless)’, 이경미 감독의 ‘홍당무(Crush and Blush), 유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Dachimawa Lee), 김기덕 감독의 ‘꿈(Dream)’, 장 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Rough Cut)’, 최 호 감독의 ‘고고 70’이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모두 미국 혹은 뉴욕 프리미어 작품들.
‘똥파리’는 올해 로테르담 영화제 대상작으로 한국에서 ‘워낭소리’에 이은 독립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던 화제작으로 양익준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아 거친 3류 양아치 역을 실감나게 소화해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지만, ‘폭력의 대물림’의 희생자가 결국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는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은 ‘홍당무’는 지난해 또 다른 유망 여성 감독의 출현을 알리며 특히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히스테릭한 여고 영어교사역을 맡았던 공효진은 이 영화로 제7회 대한민국영화대상의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번 행사를 위해 뉴욕을 찾을 예정이다. 역시 비평과 흥행 모두 큰 성과를 거두었던 ‘영화는 영화다’의 주인공 소지섭씨도 오프닝 나이트 행사에 참석한다.
* 핑크 파워(Pink Power)
핑크 필름 혹은 로망 포르노라고 불리는 일본 영화 특유의 소프트코어(Soft Core) 쟝르를 통해 기요시 구로자와, 오지로 타키타 등 많은 감독들이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한정된 예산만 초과하지 않고 최대한 성애 장면을 많이 삽입만 하면’ 되는 제작 방식을 이용해 장편 영화 데뷔의 기회를 갖지 못한 많은 젊은 감독들이 자신의 감성을 마음껏 발휘해왔다. 때문에 이들 영화들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와 비주류적인 감성은 또한 많은 영화광들에게 ‘당당하게 포르노를 보는’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치한 전철(Molester Train)’, ‘눈먼 사랑(Blind Love)’, ‘이웃집 일본인 아내(Japanese Wife Next Door)’ 등 제목부터가 야릇한 핑크 필름들이 대거 소개된다. 공공장소에서 당당하게 육체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 도쿄 고어 나이트(Tokyo Gore Night)
박찬욱 감독과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 및 한국의 공포 영화까지 세계적으로 소개되면서 이제 ‘아시안 익스트림(Asian Extreme)’은 미국 관객에게 친숙한 용어가 되었다. 미국보다 훨씬 관대한 표현의 자유를 누렸던 유럽의 성애 영화들을 ‘유러피안 아트필름’이라고 지칭했던 미국 관객들의 ‘떳떳하지 못한 호기심(guilty pleasure)’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안달루시아의 개’ 등 초창기 초현실주의 작품부터 시작해 시각적인 자극을 극단까지 추구하는 것은 영화 예술의 가장 오래된 전통이라고 볼 수 있다. 소우(SAW)와 호스텔(Hostel) 시리즈가 ‘고문 포르노(Torture Porn)’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신체절단을 포함한 극단의 폭력과 잔혹함을 추구하는 고어필름은 여전히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서브쟝르다. 고어팬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은 ‘도쿄 고어 폴리스’의 요시히로 니시무라와 ‘머신 걸’의 노보루 이구치 감독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심야상영이라서 더욱 분위기 산다.
* 개막작/ 폐막작
올해 개막작은 홍콩의 중견 감독 위가희(Wai Ka-fai)의 최신작 ‘WRITTEN BY’가 세계 초연된다. ‘무간도’ 시리즈의 유위강과 함께 현재 홍콩영화계 최후 거장으로 칭송받고 있는 두기봉 프로듀서의 영원한 파트너로 알려진 위 감독은 주윤발 주연 ‘화평본위’로 데뷔했다. 두기봉과 함께 1996년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한 뒤 누아르와 코미디 등 장르를 망라해 수십편의 영화 등을 연출했다. 주연배우 유청운 (Lau Ching-wanYan)과 위 감독이 직접 무대 인사를 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폐막작은 시온 소노 감독의 일본 영화 ‘BE SURE TO SHARE’가 선정됐다. 54명의 여고생이 자살하는 내용의 ‘자살클럽’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데뷔한 소노 감독의 최신작으로 역시 월드 프리미어다.
* 한국우수단편전(MSFF)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작들이 3년째 뉴욕의 영화팬을 찾는다.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올해는 특히 ‘사랑은 단백질’, ‘커피자판기와 칼’ 등 뛰어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즐비하다. 뉴욕한국문화원의 특별 협찬으로 이루어졌다. 프로그램 일정과 티켓 문의는 www.subwaycinema.com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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