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 될 딸아이의 방학을 앞두고 나는 고민을 했다. 글쓰기와 수학 캠프에 보낼까? 과학 캠프에 보낼까? 심사숙고 했다. 그러던 차에 딸아이가 방학이라며 상기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엄마는 방학 때 뭐 했어?”
나는 뭐 했더라 …생각하니 별거 없었다. 아침 늦도록 잠자고, 오후 내내 친구들과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놀다가 보면 오후는 금세 지나고, 저녁 먹으러 가느라 친구들과 잠시 헤어진 뒤엔 다시 뭉쳐 밤늦도록 숨바꼭질하며 놀았다.
순간 딸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일하는 엄마를 둔 까닭에 늦잠은 꿈도 못 꾸고, 밤새 숨바꼭질 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되고, 한국의 할머니 집에 휙 갔다 올 수도 없고….
마음이 찡해왔다. 그리곤 한 군데를 찾았다. 매일 매일 열심히 노는 곳으로…오늘 딸아이는 수영장에 갔다 왔다. 내일은 영화를 보러 갈 것이며, 그 다음날은 놀이공원 … 딸의 얼굴은 하루하루 까맣게 변해갈 것이다. 즐거움 지수와 비례하며…
방학에 했던 숙제는 기억에 안 남는다. 하지만 누구와 뭐하며 놀았는지는 기억한다. 그 기억들로 인한 풍성한 추억으로 이 밤에 슬며시 미소 짓는 건 아닌지…
딸에게도 훗날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의 방학이 되었으면 한다.
김지연/합창지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