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MA 현대미술관 3층에 있는 제프 쿤스의 ‘마이클 잭슨과 버블스’.
수퍼스타라는 말과 동의어로 존재했던 마이클 잭슨이 신기루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린 후인 지난 몇 주, 그의 죽음은 팝스타의 죽음을 넘어선 사회적 현상이었다. 새로운 팝의 비트를 알려준 ‘빌리 진’을 부르며 마치 무중력상태인 달의 표면을 걷는 것 같다고 해서 불린 ‘문워크’라는 춤을 추는 그를 보고 한번쯤 열광하지 않은 우리시대의 청춘이 어디 있을까?
인간의 근원적인 흥의 원천인 비트를 놀랍도록 정확히 파악한 그의 촉각적인 춤과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줄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섬세한 감성의 노래는 대중음악의 영역을 국적을 초월한 보편적 음악현상으로까지 확장시켰으며 동시대 문화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모든 예술형태와 문화현상은 그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다. 예술을 고상하고 심각한 무언가로만 정의하는 경우 대중문화가 가볍게 치부되어 정당한 평가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고급예술로 분류되는 셰익스피어의 연극도 16~17세기 영국에서는 전형적인 대중예술이었으니 인정하든 하지 않든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죽음에 대한 미디어와 대중의 반응은 21세기 문화적 정체성의 총체적 반영이라 할 수 있겠다.
대중예술은 근대화와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된 개념인데 자본주의 산업화 과정을 밟으면서 모든 재화, 아이디어, 정보 심지어 끔찍한 범죄마저도 상품화되면서 예술도 예외일 수 없으니, 가장 빛났지만 또한 가장 불행했던 마이클 잭슨의 개인적인 비극은 천재적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가 자본주의 상품화 논리에 의해 수퍼스타가 되었을 때 포기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후반 대중문화와 대량생산 그리고 소비사회의 속성을 시각 이미지로 표현한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엘비스 프레슬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재키 케네디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의 반복적 판화작업을 통해 우리가 실제 겪은 것이 아닌 잡지나 신문 혹은 텔리비전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대량으로 가공 묘사되어 실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마비시키는 ‘실제의 사라짐’ 즉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을 표현했으며, 그 대표적 예인 스타들은 결국 가공된 이미지와 함께 모두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 상품으로 전락하는 존재라는 차가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의심할 나위 없는 음악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이한 삶에 대한 억측들마저 미디어를 통해 대중 사이에서 소비되고 상품화된 스타는 자신에게마저도 낯선 자신의 가공된 이미지와 실제 자신과의 간극 속에서 견딜 수 없는 소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무대를 제외하곤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아야 했던 마이클 잭슨은 그가 공언한 대로 장례식마저 지상 최대의 쇼가 되었으며 실제가 사라진 ‘가공된 이미지’만이 남게 되었다. 이제 다양한 브랜드에서 그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차용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며 앤디 워홀의 예견대로 그의 모든 것은 판매 가능한 상품이 되어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 속에 스타는 우리가 꾸는 꿈이며 그 자체가 왜곡이다. 그러나 그들은 상품화된 스타이기 이전에 상처받고 부서지기 쉬운 우리들 중 하나이다. 마이클 잭슨이 죽음을 통해 슬픈 개인적 삶과 우울한 스캔들을 뒤로하고 오직 그의 음악에 대한 탁월한 재능, 헌신, 전문성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는 진정한 별이 되어 21세기 문화사에 남기를 기대한다.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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