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타운 용수산서 시 창작교실
26일 가든그로브 서울옥서 강연회
시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50년 넘게 시를 써온 황동규 시인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너무도 쉽게 시들을 써대고, 너무도 쉽게 시인이 되는 이 시대에, 스무살 이후 700편이 넘는 시를 발표한 노시인은 정작 시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시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모르겠으니까요. 아마 30~40년 전에는 대답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시는 알겠는데, 시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좋은 시는 어떤 시일까?
“우선 인간이 들어 있어야 하죠. 그리고 자연과 사회에 대한 관심, 사랑이 있어야 해요. 또 짜임새도 있어야겠죠. 그 짜임새란 아주 큰 틀에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황동규 시인에 따르면 “문학은 삶의 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가장 정직한 예술”이다. 지난 25일 해변문학제에서 ‘문학이 왜 21세기에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가진 강연도 이에 관한 것으로, 문학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산이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문학정신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자신의 작품들을 예로 들며 강의했다.
지난해에 등단 50주년을 맞은 그는 한국에서나 이곳 미주에서나 문인들이 쉽게 등단하고 작품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하여 “한국인은 문학을 굉장히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인도, 중국, 멕시코, 다른 어느 나라 커뮤니티를 보아도 한인들처럼 문학 활동이 활발한 민족이 없습니다. 특히 시집 판매 양을 보아도 그렇고, 시 전문지가 100개가 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처럼 시작활동이 활발한 곳이 없지요”
그러나 이민사회에서의 문학 활동은 ‘구심점’을 갖지 못할 때 표류하기 쉽다고 지적한 그는 “본토 작품의 모방이 아니라 이곳 현지의 삶을 그리고 반영하는 것을 구심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장남이며, 1958년 고교 3학년 때 쓴 ‘즐거운 편지’가 국민 연애시로 사랑받으며 세련된 감성과 지성을 지닌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활동해온 황동규 시인은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고 14권의 시집과 5권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35년간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뉴욕대와 버클리대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은퇴한 ‘자유인’으로서 시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1년에 20편 정도, 3년에 시집 한권 꼴로 발표해 왔다는 황 시인은 갈수록 시가 깊고 넓어져 3년 전 낸 시집 ‘꽃의 고요’와 올해 초 출간한 ‘겨울밤 0시5분’이 그의 최고 작품으로 평가받는 등 세월이 흐를수록 높은 경지에 오르는 시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황동규 시인은 오늘(27일) 오후 6시30분 용수산에서 ‘문학의 기품’이란 제목의 강연과 시 창작교실을 갖고, 28일 오후 7시에는 가든그로브 서울옥에서 ‘인간의 아픔’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LA를 거쳐 시카고, 뉴욕, 샌프란시스코의 가족 친지를 방문한 후 8월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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