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에서 살살녹는 달콤한 맛 잊혀지지 않아
부럿셀은 프랑스의 북쪽과 독일의 서쪽에 붙어 있는 벨기에의 수도입니다. 화란, 룩셈부르그와 함께 모두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나라들이라 마치 소꿉장난 하는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같았습니다. 비록 나라는 적지만 부럿셀은 유럽 연맹의 수도로 여러 국제기관이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인구가 200만도 채 안 되는 작은 곳이나 시내의 중심가에 가자면 위엄 있는 옛 건물들이 잘 보존 되어 무척 아름답고 모든 것이 활기 있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여기 온 곳은 딸이 대학 3학년부터 이곳으로 옮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곳 대학을 함께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정치학을 공부 하는데 이곳이 유럽 연맹의 수도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프랑스어를 쓰는 나라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두 가지의 소망을 한꺼번에 겸비한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우선 전체적으로 그곳을 보기 위해 시내 관광버스를 탔습니다. 대충 시내 전체를 파악한 후에 우리가 더 보고 싶은 곳을 찾아 가기로 한 것이지요. 전쟁에 시달리지를 않았기 때문에 옛 것이 비교적 잘 보존 되어 있었고 소규모의 파리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럿셀에서 중심가라고 하면 우선 거창한 옛 건물들로 둘러싸인 커다란 광장, 그랑 쁠라스(Grand Place)입니다. 그 광장에서 뻗쳐 나가는 골목은 그곳 특유의 레이스 제품을 파는 상점, 레스토랑, 까페 등이 즐비하고 세계 방방곡곡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들로 마치 인종 전시장과 같이 북적거렸습니다. 길 하나는 다닥다닥 레스토랑만 쭈욱 붙어 있는 길도 있었습니다. 종업원들이 길까지 나와서 손님을 끌어가느라 경쟁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가면 누가 추천 하는 집이 아니면 지나가면서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재빨리 관찰해야 하지요. 남이 먹는 것을 뚫어지게 오래 쳐다 볼 수도 없는 일 아니에요? 부럿셀은 고급 음식점이 많은 것도 물론이지만 대중 음식으로 유명한 것은 홍합 요리입니다. 화이트 와인이라던지 혹은 프로방스식이라고 토마토, 마늘, 파슬리를 넣고 익혀서 가는 후렌치 후라이와 서브합니다.
이곳의 그 후렌치 후라이는 유난히 가늘고 바삭 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하나 시켜 둘이 나누어 먹고 다른 것을 하나 시키는 게 좋습니다. 홍합과 튀긴 감자만으로 배를 채우기는 좀 뭐가 빠진 것 같으니까요. 이곳의 유명한 간식은 워플(Waffle)이라고 하는 위아래가 들쑥날쑥하고 속은 말랑거리면서도 겉은 바삭거리는 과자와 빵의 중간치 입니다. 따끈하게 금방 구운 워플에다가 잼, 초콜릿, 설탕이나 혹은 아이스크림을 얹어 주기도 하는데 우리도 나이를 무시하고 길에 선 채로 뜨거운 것을 후후 불어 가며 먹었습니다. 누가 보나 우리는 처음 온 관광객이었습니다.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또 한 가지는 이곳의 초콜릿입니다. 특히 사블롱 광장의 위타머(Wittamer)와 피에르 마르콜리니(Pierre Marcolini)는 초콜릿으로 특히 유명한 집입니다. 마
침 우리가 갔을 때는 위타머에는 부활절을 위하여 두 어린이들과 부활절 달걀로 쇼윈도를 장식하였는데 달걀은 물론 두 어린이들 까지 모두 초콜릿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쇼윈도에 초콜릿으로 만든 운동화가 있는가 하면 분수처럼 초콜릿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흘러내리는 광경도 있어 눈을 끌었습니다. 레몬이라든지 헤이즐넛 (hazel nut) 같은 맛 외에도 얼그레이(Earl Grey-차의 일종), 타임(thyme-향신료)같은 생각지도 않은 맛을 가미한 것도 있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이 혹 했습니다. 보기에도 너무나 고급
스러워 보이는 초콜릿을 하나 입에 넣었습니다. 따듯한 혀의 온도에 의하여 녹아 말랑거리는 속이 너무나 고소하고 달콤하였습니다. 초콜릿, 뭐 다 그게 그거 아니냐구요? 아유 실례지만 모르시는 말씀을. 질의 차이가 천차만별 인데요. 저는 단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지만 그 정도로 홀딱 반할 맛이라면 언제라도 대환영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렇게 좋아 보이는 초콜릿 상점은 드물다고 생각한 것은 저만이 아닌듯 그 상점은 손님들로 붐비었습니다. 줄이 바깥까지 나와 있더라구요. 장식이 별로 없이 간단하면서도 멋진 상자에 담긴 초콜릿,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반짝이 종이 봉지에 든 흰 초콜릿(색이 달라 기분이 다르고 맛도 다릅니다). 제가 유난히 좋아 하지요 (힌트). 또 저쪽에 있는 짙은 갈색 가루가 씌워진 트러플(truffle-모양이 울퉁불퉁한 버섯과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은 어쩌면 그리도 먹음직스럽고 고급스러워 보이는지 벌써 눈으로 다 핥아 버렸습니다. 주고 싶은 사람들이야 여럿 있지만 이 집 초콜릿은 남에게 줄 때까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그 초콜릿을 다 먹은 후에도 그 상자를 버리지 않고 모셔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자를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는 초콜릿 생각이 났습니다.
옛날 벨기에 화가 중에 저는 부뤼겔을 유난히 좋아 해서 어느 박물관에 가면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뭐 좋아 하는 그림이 그 사람 것만이 아니지만요. 똑 같은 이름을 가진 부자가 다 화가였습니다. 좀 더 세련되었다고 할까요? 좀 섬세하고 깊은 면이 있는 아버지의 그림이 한 차원이 높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이거 뭐 예술 평론가를 흉내 낸 말입니다. 아들의 그림은 농부들이 술 취해서 곤드레가 된 풍속화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마치 힘든 농촌 일을 잊기 위한 것처럼 말이지요. 벨기에서 내 놓을 만한 화가들이라 그런지 그 부뤼겔의 그림만 취급하는 박물관이 따로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밀가루 반죽으로 올망졸망하게 사람을 만든 그 농촌 풍경, 난 뭐 별로야 부뤼겔에 다한 남편의 평이었습니다. 저는 그의 그림이 그렇게나 좋으니 사람 보는 눈이 모두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 짧은 시간에 같이 볼 것이 많아 부뤼겔의 그림은 다음 기회에 보리라고 연기 하였습니다.그 후에 딸은 결국 그 곳 대학에 편입이 되었습니다. 저는 수차 부럿셀을 방문 하였고 딸이 살고 있는 샤털랑 이라는 동네를 우리 동네처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뉴욕의 소호 같이 골목에 아담한 레스토랑이 수도 없이 많이 자리 잡고 있는 동네 입니다. 프랑스식 (아니면 벨기식이라고 할까요?), 이태리식, 희랍식, 태국음식 등 각종 요리를 맛 볼 수 있을 동네입니다. 바쁜 사람들이 사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쉽게 데울 수 있게 한 접시 분량을 딱 담아 놓았습니다.
제가 부럿셀을 방문할 때는 음식의 며칠 분이라도 만들어 놓고 오는 것이 저의 과제였습니다. 몇 가지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어 놓습니다. 큰 냄비에 닭국을 끓이면서 옆의 후라이 팬에는 올리브 기름을 두르고 저민 호박을 센 불에 표면만 누릇누릇하게 살짝 지져서 프로방스 허브를 뿌립니다. 오븐에는 마늘을 문지르고 로즈매리(rosemary)를 뿌린 닭고기 가슴살을 익힙니다. 뼈에 붙은 채로 그렇게 익힌 닭 가슴살은 아주 부드럽고 촉촉 합니다. 저며서 샐러드에 넣지요. 빨간 색, 노랑 색 피망도 구어 놓습니다. 익은 피망은 둥근 그릇에 담아서 뚜껑을 덮고 30분쯤 두면 껍질이 아주 쉽게 벗겨집니다. 그 무른 피망에다가 소금, 후추와 레몬 주스를 뿌리고 마늘을 조금 저며 넣었습니다.
생 베이질(basil)이 있을 땐 그것도 몇 잎 찢어 넣습니다. 피망에서 숨어 있던 단 맛을 보고 베이질 향기의 여운을 느끼게 됩니다. 푸른 호박 지진 것과 함께 큰 접시에 담으면 그 화려한 빨간 색과 노랑색의 피망이 식탁을 확 살립니다. 그 좋아 하는 얼굴 표정이 가져다주는 기쁨 때문에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식 준비를 합니다. 그것은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덤으로 얻는 또 하나의 대가입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