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주센터 설립 차 LA에 와서 근 일년 지내다 보니 ‘그저 바라보다가’도 느낀 점이 꽤 쌓이게 되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서울대에 대한 미주 한인 부모들의 관심이었다. 언론에 입학안내 LA 집회 보도가 나간 뒤 미국 전역에서 20여명의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 왔다.
서울대 미주센터가 6월부터 8월까지 시행하고 있는 강연에 대한 문의보다, 단연 크고 즉각적인 반응이 놀라웠다.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자식이 왕이라는 현실을 재인식하게 했다.
미국생활에서 항상 경험하는 것은 ‘낭비’였다. 미주판 신문을 받아 보면 그 두께에 놀란다. 신문을 너무 두껍게 찍는 것도 미국식 낭비의 한 예다. 그런가 하면 신문 지면에서 ‘순대’의 큰 사진에 놀란다. 아무리 광고가 왕이지만 대중 식품들이 이렇게 크게 부각되어 있는 지면은 좀 품위가 없다.
종이는 신문뿐 아니라 식당 냅킨부터 화장지까지 낭비가 많다. 화장실에서 손의 물을 닦는 정도에 종이타월을 몇 장씩 잡아 뽑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낭비가 몸에 배었다. 신경질적으로 서너 장씩 종이를 잡아당기는 모습은 물론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자기 집 종이라면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겠지 싶다.
물도 모자라는 지역에서 너무 방만히 쓴다. 그 중 하나는 매일 빈번한 샤워고, 많은 집에서 일년에 몇 달 쓰기 어려운 수영장을 열두 달 유지한다. 아파트에서 바닥 청소를 하고 걸레 빠는 데만 엄청난 물을 흘려버린다. 바로 옆의 화단에 대고 빨면 좋을 텐데…
전기도 온갖 불필요한 광고성 조명으로 잠자기 어렵게 밝히며 낭비하는 대신, 아파트 관리비를 낮춰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무실 빌딩에서 퇴근하며 컴퓨터를 끄지 않고 관리비로 이미 낸 것이니 끌 필요가 없다는 태도는 소비자 쪽의 잘못이다.
전기를 쓰는 에어컨도 과도하게 튼다. LA 같이 자연풍 온도가 좋은 곳에서 창을 폐쇄식으로 하고 덕트 환풍을 하는 것은 비위생적이다. 자동차도 에어컨을 너무 높이고 다니며 휘발유를 낭비한다. 후세용 에너지 보존을 위해 빨리 고쳐야 한다.
1인분 음식도 미국은 한국보다 한배 반은 양이 많은 것 같다. 양을 줄이면서 값을 내리고 더 먹을 사람은 곱빼기를 시키도록 해야 낭비가 적다.
요즘 경제난 속에 경쟁적으로 값은 내렸는데 양은 줄이지 않으니, 질만을 내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는 음식을 꺼리지 않고 봉지에 싸 가는 풍습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런가 하면 코리아타운에서 유쾌하지 못한 경험들도 있었다. 한인 운영 여행사를 통해 남미에 갔는데 가이드가 5~6시간씩 나오지 않았다. 골프채를 샀는데 영수증을 주지 않고 두 번이나 요구해도 주지 않은 업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책과 CD, 점퍼 등을 놓아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없어진 일도 있다.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상도덕도 없고 일반 도덕심도 바닥인 업소·개인들이 여전히 있다. 코리아타운은 치안이 점점 나아지는 것 같지만 법치로 그치기보다 덕치(德治)가 되어야 한다.
이상억 / 서울대 교수·미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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