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암 치료라고 하면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젠 백신을 이용한 치료법이 오랜 연구와 임상시험 끝에 효과가 증명되기 시작하면서 제4의 암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암 백신은 암을 예방하는 백신이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백신이며, 환자마다 각각 만들어 써야 하는 맞춤형 백신이다.
최근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 연례회의에서 혈액 암인 비(非)호지킨 림프종과 피부암인 흑색종에 대한 치료백신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림프종은 몸의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림프계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것이며, 비호지킨 림프종은 종양이 어디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사망할 수 있다.
흑색종이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내는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긴 종양.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부위에서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백신은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개발한 것으로 항암치료 후 최소한 6개월간 관해상태, 즉 암으로 인한 증상이 완화된 상태에 있는 환자 76명에게 투여됐다.
이 결과 치료백신이 투여된 그룹은 재발까지 평균 44개월간 관해상태가 지속된 반면 치료백신이 투여되지 않은 그룹은 30.6개월에 그쳤다.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백신은 환자 자신의 암세포로 만들어진 맞춤형 백신으로 제조에만 3개월이 걸렸으며, 6개월에 걸쳐 모두 5차례 투여됐다.
이 치료백신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유전자형 단백질을 면역체계가 공격하게 만드는 것인데, 유전자형 단백질은 암세포마다 다르고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개 환자마다 개별적인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 치료백신은 유전자형 단백질에 면역체계가 외부물질로 인식할 수 있는 외부 단백질을 붙인 것이다.
텍사스 대학 M.D. 앤더슨 암센터의 패트릭 후 박사는 우리의 면역체계는 독감, 소아마비 바이러스 같은 것은 인간 세포와 모양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손쉽게 외부물질로 인식해 공격하지만 암세포는 자체 세포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정상세포와 구분해 내기 어려운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흑색종 치료백신 역시 뛰어난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실제 치료백신이 투입된 그룹의 평균 생존기간은 17.6개월, 항암치료만 받은 대조군은 12.8개월로 나타난 것. 이와 함께 치료백신을 투여한 그룹은 종양이 22% 줄어든 반면 대조군은 9.7% 줄어드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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